#동남아 배낭여행_4
씨엠립에서 몹시도 만족스러운 나흘을 보내고, 다음 여행지인 라오스로 넘어가는 날.
고민 끝에 육로를 선택했다.
컨디션과 안전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운이 좋은 편이라 믿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항공권이 많이 비쌌기에 선택이 많이 어렵지 않았다.
펍스트리트에서 예약한 라오스 팍세행 버스는 46달러.
나라를 이동하는데 비용이 약 6만 원이라니. 이래서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육로 이동을 선택하는구나 싶었다.
아침 07시 30분 로비에서 기다리면 툭툭기사가 데리러 온다.
46달러 안에는 호텔에서 라오스 가는 버스 탑승장까지의 툭툭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뭔가 먹으면 멀미를 할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숙취가 심해 아침을 먹어야 했다.
캄보디아는 빵이 정말 맛있어서 아침 6시였지만 저만큼이나 먹어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녁 9시까지 공복을 유지해야 했기에, 아침을 먹기 정말 잘했다 싶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로비에서 툭툭기사를 만나 터미널로 갔다.
번호도 이름도 안 알려줬는데, 도대체 로비에서 나를 어떻게 찾는다는 걸까 의아해하며 기다렸는데, 툭툭기사분은 고민 없이 내게로 오셔서는 "라오스 버스? 컴!"을 외치셨다.
거짓말 같은 버스 대기실에 도착했다.
참고로, 편의상 버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내가 13시간 동안 탄 건 버스가 아닌 승합차였다.
작은 여행사 앞에 편의점 의자가 쭈르륵 놓아져 있는데, 햇빛을 그대로 받게 되는 그 의자가 대기실이었다.
그곳에서 승합차를 탈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그게 무려 약 1시간이었다.
익어가기 딱 좋은 위치에서 기다리며 차를 타기도 전에 지쳤던 기억이 난다.
표에 좌석번호가 적혀있지만, 무의미하다.
그냥 운전기사분이 타라고 지정해 주는 곳에 타야 한다.
승합차는 11인승이었는데, 정원을 꽉 채워서 갔다.
사람 11명에, 몸만 한 배낭이 11개. 차 안에서 그 누구도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차는 출발하자마자 멀미는 없겠다 안심했다.
차를 탄 것 같아야 멀미가 날 텐데 이건 뭐 루지를 탄 것 같았다.
차도의 울퉁불퉁함이 전부 그대로 느껴졌다.
한 번씩 몸이 통통 튀었는데, 그 높이가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높이였다.
그 와중에 6시부터 일어나서였는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 차 안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나뿐만 아니라 함께한 10명 모두 잠에 든 것 같았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이곳에 한번 정차를 한다.
20분을 줄 테니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으라고 했다.
다들 어리둥절한 와중에 프랑스인 5명이 용감하게(?) 식사를 신청했다.
슬쩍 보니 밥과 돼지고기를 파는 것 같았는데, 먹었다가 배가 아프기라도 하면 답이 없겠다 싶어 먹지 않았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를 더 달려가더니 14시 30분쯤 국경에 도착했으니 짐과 함께 내리라고 했다.
한 명씩 차표를 나눠주고는 그걸 가지고 있다가 라오스 국경너머 기다리고 있는 차를 타면 된다고 했다.
어떻게 국경이며 출입국관리소가 있는 곳에 이 승합차 1대뿐인지, 여기 탄 11명뿐인지 몹시 어리둥절했지만, 버스 기사님은 아랑곳없이 그냥 쭉 가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하필 이렇게 구름도 없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스산해서 선뜻 먼저 가기가 망설여졌다.
저길 맘대로 걸어가다가 지뢰라도 밟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길을 만들기가 수고스러우면 야자매트 같은 거라도 깔아주시지.. 그저 가라고 하니 머뭇거리다 먼저 가는 사람들 뒤를 쫓아갔다.
황당하지만, 이렇게 그냥 국경을 넘으면 되는 거였다.
캄보디아 쪽에서 출국 도장을 찍고, 조금 더 걸어가서 라오스 쪽에서 입국 도장을 받으면 된다.
여권을 내면 도장을 찍어주기 전에 이유 모를 2달러를 요구받는데, 그 돈을 내지 않으면 여권을 한참뒤에야 돌려준다.
그때의 한참이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익히 들어왔기에, 나는 익스프레스다 생각하고 2달러를 내고 빠르게 국경을 통과했다.
몇몇 외국인들은 자기들은 몇 시간을 기다리게 되어도 내지 않을 거라며, 사람들에게 먼저 가라고 했다.
정의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얼른 넘어가서 팍세로 가는 벤을 꼭 타야 했기에 정의로울 시간이 없었다.
"너네 정말 멋있다. 꼭 성공하길 바라!!!" 응원을 남기고 먼저 팍세행 벤을 타게 되었다.
그곳에서부턴 씨엠립에서부터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게 아니라, 오는 순서대로 팍세행 벤에 사람이 어느 정도 차면 출발해 버리는 시스템이었다.
국적에 따라 비자발급을 해야 하는 사람은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니, 이런 방식을 택한 건가 싶었다.
그래서인지 해당 차에는 외국인보다 현지인이 더 많았다.
라오스 국경에 세워져 있는 차 중 이 차가 팍세로 가는 게 맞는 걸까 싶었는데, 내 표를 받고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셨기에 믿기로 했다.
내가 타고나서, 독일인 2명이 더 타니 8명뿐이었지만 그대로 출발했다.
전보다 여유로운 환경에 만족하며 잠을 청했다.
이때가 약 16시였다.
출발하자마자 독일인이 이거 팍세 가는 거 맞냐고 물어봤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는 현지분들이어서인지, 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세 번이나 되묻기에 할 수 없이 내가 대답했다.
잘 모르지만 나도 팍세행 버스로 알고 탔다고 그리고 저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고 말해줬더니, 그들이 구글 지도를 잘 보고 있자고 답했다.
그러자고 대답했지만, 또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빛들이 많이 보였다.
익숙한 네온사인이 안도감을 줬다.
구글 지도를 보자던 독일인들도 앞에서 나란히 자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팍세였다. 그때가 약 20시였다.
지도에서 현재 위치가 점점 예약해 둔 호텔과 가까워지기에 내려달라고 했다.
바디랭귀지로 말해서 기사님께 전달이 늦어졌는데, 덕분에 호텔에서 고작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내릴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배가 고팠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긴 했구나,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라오스 팍세까지 46달러짜리 승합차를 타고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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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몰랐기에 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정차도 하고 잠시 걷기도 했지만, 탑승시간이 약 8시간 정도인 승합차 여정은 몸살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저기서부터 몸이 좀 안 좋았는데, 이 여정의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몰랐기에 용감했다. 만약 이 모든 기억을 가지고 다시 간다면 내 선택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그래도 덕분에 배낭여행 경험치 +1이 되었다.
젊다면, 아니 건강하다면 추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