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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Sep 13. 2023

29살, 퇴사하고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

책읽는 자영업자_01

6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할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자영업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나는 직원에서 사장이 되었다.

그렇다고 우연하게 어쩌다 시작한 건 아니었다.

계획했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기회가 보였고 그래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타이밍이 조금 빨랐을 뿐.


회사에 다니면서도 퇴사 후 개인 사업을 하려는 계획으로 관련 서적을 200권쯤은 읽어왔다.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준비들을 나름의 속도로 해왔고, 선택을 해야 했던 순간 계산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전부 계산해 보고 뛰어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게 믿는다.

예상보다 저조한 매출에 이따금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지만, 책을 100권 읽고 어떤 분야를 시작하는 사람은 느리게 성취할지언정 실패하지 않는다는 어느 자산가의 말을 부적처럼 붙들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거듭하는 중이다.


나는 자영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망하지 않기 위한 장치를 몇 가지 마련해 두었다.

첫 번째는, 내가 팔고 싶은 것을 판매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장소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 일지를 생각했고, 그걸 팔기로 했다.

해당 장소를 무려 6년간 출퇴근하며 매일같이 지나갔기에 자신 있게 여기엔 이게 필요하다고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의 장소에 매물이 생기자마자 계약을 진행했다.

두 번째 장치는, 이 가게를 안정시킬 때까지 나의 라이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무려 16시간을 오픈하기로 말이다. 지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무지막지한 영업시간을 선택했다. 

라이프가 없으니 워라밸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재료로스의 리스크가 크고 준비하기에 번거롭지만 이곳의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메뉴를 선택했고, 이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춘 영업시간도 세팅해 놓았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나를 적어도 망하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덕분에 초반, 예상만큼 장사가 잘되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방문했던 처음 일주일은 배부르게도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원수가 한다고 해도 한 번쯤은 말리겠다' 하는. 

도대체가 일이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 5:30에 와서 일을 시작하고 마감을 하면 어느덧 00:30이었다. 집에 가서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또 매장이어야 했다.

도무지 현실감이 없던 한 주였다.

최소한의 수면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나날에 나를 말려주지 않은 유경험자들이, 이 과정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보다 생생하게 묘사해두지 않은 관련 서적 저자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주말까지 존버. 같은 건 자영업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낙장불입이라는 단어가 그토록이나 와닿던 때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잠을 못 자니 매일 토할 것 같은 컨디션이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솔직히 한 10일 차쯤엔 매출이나 순이익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내 시간이 모조리 묶여버렸다는 생각에, 눈물이 조금 나올뻔했다. 

그간 워낙 뽀로로 같이 노는 게 제일 우선인 삶을 살았어서 더 서글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울시간도 없었다. 나는 하루 16시간을 만들거나 팔아야 했고, 나머지 3시간은 오픈과 마감 청소를 해야 했으며, 남은 5시간 동안 통근을 하고 씻고 자고, 떨어진 재료를 발주하거나 더 나은 거래처를 찾기 위해 손품과 발품을 팔아야 했으니.


당시 문득 이런 생각도 했다.

사람이 잘 되면 변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진짜 변해버린 사람도 있겠지만 잘되는 동안 도저히 시간을 이전처럼 낼 수 없던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내 일을 한다는 건 성취감 있는 일이지만 평범한 행복과는 조금 멀어지게 되는 일이라는 어느 사업가의 문장이 무슨 말인지 조금이나마 알겠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사업가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는 평범한 행복을 포기하고 어마어마한 부를 얻었다면, 나는 행복을 저당 잡힌 것이 억울한 금액을 벌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유일했던 믿는 구석은 인간의 적응력이었다.

번복할 수 없는 상황에 내가 나를 밀어 넣었을 때, 나는 주로 21일만 어서 지나버리기를 기다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운동을 하거나, 무염식 제한식 등 식이조절을 할 때, 혹은 무작정 어떤 시험에 응시해 할 수 없이 공부를 해야 할 때도 21일 만을 믿고 간다.

어디에서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은 어떤 일을 21일 동안 하면 그걸 자연스럽고 힘들지 않게, 원래 하던 일처럼 해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믿어서 그렇게 느껴진 건지 정말 효과적이었던 건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그동안의 내 인생에선 아주 유용했던 방법이었기에 어서 21일이 지나버리길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21일 이후, 나는 이 생활이 당연하고 또 수월하게 느껴졌다.

성이 '정'씨인데 '플라세보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정신승리가 쉽게 가능한 성향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여하튼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잠을 못 자는 것, 몸이 힘든 것은 어느 정도 적응해 냈다.

여전히 아쉬운 건 개인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 지인들을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내 선택이었으니 당분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과, 만나는 빈도가 적어졌다는 이유로 멀어지게 되는 사이라면 그렇게 되는 게 맞다(?) 같은 생각을 하며 이것에도 적응 중에 있다.


아무튼 이제 고작 두 달이라, 어떤 결론을 내는 것은 조금 무책임한 일이니 이곳엔 그저 과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느리게 올라갈지언정 망할리는 없다는 시작할 때의 확신이, 두 달을 지나 보낸 아직까지는 확신으로 남아있다는 것 정도는 브런치에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냥 일지를 적자니, 그건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릴 듯해서, 내가 자영업을 더 잘 해내기 위해 읽었거나 혹은 읽을 예정인 책의 내용을 내 경험과 함께 공유해보려고 한다.

명확한 해답도 그래서 진급 같은 것도 없는 개인사업이지만, 그래도 앞서 간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들이 기록해 둔 공식 같은 게 책 속에 있다고 믿는다.

이 믿음을 동기 삼아, 책 읽는 자영업자로 앞으로 최소 3년은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3년인 이유는, 이 매장의 계약기간이 3년이라서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이다.


그냥 혼자 읽고 적고 해도 좋을 테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내 모든 기억은 휘발되거나 미화되어 버릴게 분명하며, 이렇게 브런치를 통해 선언해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적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저 누워있거나 친구를 만날 것이라는 걸.

늘 내 계기가 되어달라고 브런치를 찾는 편인데, 한결같이 귀한 장소를 제공해 주어서 자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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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다.

이 일의 결말은 딱 두 개. 성공하거나 혹은 아주 재밌었거나. 둘 중 하나이게 할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이 일을 무조건 내 방식대로 재밌게 해나갈 거다.

위에서 세 시간도 못 잔다고 서글프다고 했던 것과 조금 모순되는 발언이지만, 재밌음과 서글픔 두 가지 정도는 내 안에 공존시킬 수 있는 다중적 인간이라, 두 가지 다 진심이다.


원래 브런치 글 발행에 많이 신중한 편이지만, 자영업자로 글을 쓸 때는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해 볼 계획이다.

머리보다는 손가락이, 뇌보다는 기분이 쓰는 즉흥적이고도 솔직한 글이 되게 말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솔직하지 아니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럼 이렇게 [책 읽는 자영업자] 서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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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세상 모든 사장님들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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