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월생 Dec 05. 2023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형편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책 읽는 자영업자_02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은 [브랜드 설계자]

이 책을 '책 읽는 자영업자'의 첫 번째 책으로 선택한 이유는 아래의 문장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형편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형편없는 인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신은 더 나아질 테고 일을 망치는 경우가 줄어들 것입니다. 계속하다 보면 결국엔 일을 웬만해서는 망치지 않게 되고… 실제로 잘 해낼 것입니다.

시비 같은 이 말이 모든 게 엉망진창 같이 느껴지는 시기에 위로로 다가왔다.

자영업을 시작하며,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 이곳에서 고작 이만큼의 결과를 낼까? 고민도 많았고 실망도 컸는데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다름 아닌 내가 이 부분에선 무척이나 형편없는 인간이었던 것!

비대해진 자아는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내가 형편없을 거라는 분명한 사실을 모른척하게 만들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위 문장이 정확히 내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희망도 제시해 주었다. 더 나아질 거라고, 실수는 줄어들 거고, 이내 잘 해내게 될 것이라고.

모든 게 기대 같지 않았던 순간에 만난 눈물 나게 고마운 문장이었다.

미친 소리 같지만 내 매장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 아직 내가 형편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희망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늘 강력히 주장하는 한 가지가 있다. (콘텐츠를) 올리거나 펴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유의미한 일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계속해서 공개해야 한다. 여기서 생긴 트래픽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곧바로 내 매장의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다.

어마무시한(?) 월세를 내며 동네 사람들이 보지 않을 수 없는 곳에서 장사를 하는 중이니만큼, 사실 블로그 같은 홍보수단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매장이 아닌 나로 유의미한 일을 하고 싶다면 꾸준하게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뭘 하려고 하는 사람인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고, 난 설득당했다.

-

글을 적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있었던 일을 ~~~ 했다.라고 적는 편이 좋다고 해서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필요로 할 것 같은 것'들은 적지 말라고 책은 말한다. 

내 기준에서 생각한 '사람들이 필요로 할 것'은 대체로 무용한 것일 확률이 높다는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촌철살인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 고객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가치 있다고 확신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객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도덕적인 의무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한다. 내 메시지를 공유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메시지가 내 삶을 바꾸었고 다른 사람의 삶도 바꿀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팔면 뻔뻔해진다.

왜냐면 그 사람은 팔고 있는 게 아니라 봉사하고 있는 거니까. 자신의 필요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사명이자 의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이와 같은 마인드 컨트롤은 꽤나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된다.

물론 제공자 스스로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내주어야 하는 중이어야겠지만 말이다.


모든 제품은 세 가지 핵심 시장 혹은 욕망을 통해 판매된다고 한다.

바로 건강, 부 그리고 관계.

위 세 영역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을 때 소비자는 돈을 쓴다고.

이 중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나는 건강한 편의점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방부제와 가공식품 대신 품이 들더라도 신선하고 출처를 알 수 있는 음식을 편의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기획했다.

이런 선의를 가지고 시작한 일에, 내 품은 품대로 들었는데 생각보다 응답이 적어 당황스러웠다.

사람들은 내 생각만큼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없었다.

건강한 건 비싸니까.라고 하기엔 우리 매장의 어떤 제품은 3800원이다.

편의점과 다른 퀄리티에 비슷한 가격을 구성하면 나는 정말 이게 불티날 줄 알았다. 그럴까 봐 걱정도 했다.

해당 제품 같은 경우, 팔아도 남는 게 그렇게 많은 제품은 아니었으니.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건강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맛있을게 분명한 제품을 사람들은 더 선호하는 듯했다.

나만해도 음식을 구매할 때 맛을 기준에 놓고 선택하곤 하면서 왜 남들은 건강한 걸 사 먹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참 경솔했다.


이 일을 하면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이런 확인의 과정은 나를 매 순간마다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흥미롭다.

마치 카트라이더에서 써본 적 없는 아이템을 하나씩 사용해 보는 느낌이랄까?

안개를 뿌렸는데 의외로 그곳에서 생각보다 잘 탈출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며 좌절감을 느끼다가도, 휙 던져두고 온 의외의 바나나를 밟고 미끄러져버린 사람들을 보며 희열을 느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이 책에서는 내가 제공하려는 어떤 가치에 나 스스로는 얼마만큼 열정적인지를 묻고 있다. 또 남들은 그 가치에 얼마만큼이나 열정적 인지도. 

남들의 열정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주제를 다루는 온라인 포럼, 게시판, 동호회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렇게 쉽고 빠른 방법으로 시장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음이 새삼 꿀팁같이 느껴졌다.


-

사실 첫 글을 쓸 때만 해도 나는 내가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은 읽고 독후감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내 체력과 내 의지를 과신했다.

하지만 체력이 남은 날에도 여전히 글을 적을 수 없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내 변심 때문이었다.

이전글을 작성한 지난달과 지금 내 안에서 자영업 자체에 대한 생각이 또 한 번 달라졌다.

아마 다음 달엔 또 달라지지 싶다.

이토록이나 널뛰는 생각을 정리하고 풀어내는 과정을 자영업의 한가운데에서는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기반으로 나를 대체할 사람을 찾아 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내는 것을 최우선 과업으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글은 내게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되는 때, 그래서 읽은 책도 공유할 내용도 많은 상태일 때 적으러 올 수 있을 것 같다.

이 추위가 끝나기 전에 꼭 그런 상황 안에서 편한 마음으로 브런치에 들를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글 끝.

 

작가의 이전글 29살, 퇴사하고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