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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게임에서 우산 모양을 뽑은 사람들

90년대생의, 한국에서 살아남기 #0

by 이월생

프롤로그.


한국에서 나는 꽤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흔들렸지만 열심히, 버거웠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마음으로.


그러나 우연히 말레이시아에 머물게 되면서, 한국에서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여기서 생활할수록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바로 한국이라는 사회의 난이도가 너무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그곳이 내 생의 터전일 때는 생의 난이도가 원래 그런 줄만 알았다.

그래서 삶이 고해라고들 하는구나, 선택권이 있다면 다시 태어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 와보니, 어쩌면 우린 태어나자마자 가장 어려운 보스맵에 놓인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모든 사람은, 마치 <오징어게임> 속 달고나 게임에서 우산 모양을 뽑은 사람들처럼, 시작부터 어렵게 세팅된 삶의 난이도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내 삶이 이곳에서 갑자기 이토록이나 쉬워진 건, 내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말레이시아라는 사회가, 한국과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회에 들어오고, 내 나라를 한 발 떨어져서 보니, 태어나서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던 한국 사회가 오히려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있는 나라이기에, 나는 한국을 떠나 평생을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영원히 이방인일 수 없는 한국의 90년대생으로서, 조금 멀리서 본 한국 사회 관찰기를 기록해보려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회가, 좀 더 사람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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