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다들 결심 하나씩은 갖고 있잖아요?

2022년. 통제되는 삶을 꿈꾸며

by 이월생
통제 :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에 따라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함.


2022년, 나는 내 인생에 이 단어를 끼워 넣어 보기로 결심했다.


신축 숙소가 생기면 행여 구축이 될까 서둘러 가보고, 사고 싶은 게 생기면 핫딜을 알아봐 최저가로 구매하고, 남들이 먹어봤다는 것, 가져봤다는 것, 해봤다는 것들을 다 보고 먹고 하며 살기 위해 노력했다.

만족감도 높았다.

저 모든 게 내가 원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여겨왔고, 이제껏 내 삶이 내 통제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 <돈 룩업>을 보기 전에는 말이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도 톱스타 두 명의 결별 소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모든 개인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도 SNS를 통해 타인이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나왔다. 영화에서는 그들을 몹시 무지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렸는데, 나는 맘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저렇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뭘 하는지 모르고 인스타그램을 보면 2시간이 지나있다.

개인적인 일을 시작해보고 싶어서 가입한 카페는 벌써 10000번의 방문 횟수를 채우고 있는데, 나는 일을 시작하기는커녕, 그 카페를 통한 소비만 백번도 넘게 반복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인정하기 싫지만 내 삶은 어쩌면 송두리째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하고 여가 시간에 넷플릭스와 디즈니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을 보는 행동 어디에도 자아실현은 없다. 그냥 살고 있다.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끊임없이 말해왔는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언제 올지 모르는 세상의 종말 앞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분명하게 오는 중인 나의 종말 앞에서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될 거라는 것은 자명했다.


그렇게 나는 새해를 맞아 결심을 했다.

해가 바뀐다고 리셋의 기회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결심한 것을 시행하기에 1월만큼 좋은 달도 없으니 해보기로 했다.


직장인으로, 내가 번 돈 안에서 내가 나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진 게 어느덧 5년째다.

지난 4년 동안의 키워드는 경험, 행복, 자유 같은 것들이었다.

계획대로 많은걸 경험하며 충분히 자유로웠고 그 안에서 행복했으니 후회 없는 시간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후회가 없다고 자신하기엔 조금은 아깝게 쓰이지 않았었나 싶다.

뭐. 이미 돌아갈 수도 없으니 다가올 시간에 집중해보자면, 올해는 나를 통제할 거다.


일정한 시간 안에 나를 넣고, 행동하게 하며.

매일 일정한 양의 식사를 하고, 물을 마시고, 운동하고, 또 책을 읽고 일기를 적으며.

좋은 일보다 옳은 일을,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일 년을 보내보기로 했다.


통제 또한 미니멀리즘과 결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줄이고자 하는 것은 애초에 물건만이 아니었으니까.

불필요한 지출, 쉬는 날마다 빼곡히 잡아놓은 약속, 좋지 않은 습관. 놓고 싶은 관계들까지.

내 인생에 필요 이상으로 더해져 있는 것들을 줄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들자는 게 종국의 목표였다.

이렇게 10년을 노력하다 보면 그때의 나는 가볍게 살고 있지 않을까?

가벼우면서도 동시에 나만의 것들로 채워져 있을 나를 기대해보고 싶다.


우선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매일같이 보던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에서 로그아웃해버렸다.

인스타그램을 지우는 건, 세상과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나와 더 가까워지겠다는 결심이다.

1년간 그 계정을 통해 지인과 세상의 근황을 확인하지 않아도 내 삶이 아주 괜찮을 것을 확인해보려 한다.

브런치에 글을 적으러는 더 자주 올 계획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온전히 내 것들이 맞으니까.


새해를 뭐라도 결심하며 맞는 행동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는다.

완벽하게 지켜질지, 얼마만큼 유효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 새해임이 잊혀진 순간에도 이곳에 묵묵히 통제의 기록을 남겨봐야지!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1월 1일 오전이니 유난히 결의에 찬 모습에 대한 양해를 구하며,

2022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오늘의 결심을 꾸준하게 이뤄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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