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레저 파헤치기 ①
겨울스키는 양발인데, 수상스키는 왜 한발로 탈까?
머릿속에 스키를 떠올리면 보통 두 발에 스키를 착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한 발에만 스키를 착용한다. 정확히는 하나의 스키에 양 발을 같이 올려놓고 탄다. 왜 그럴까, 현장에서는 하나의 스키로만 타는 것을 ‘원스키(One-Ski)’라고 표현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수상스키의 모습이나 가평에서 누군가 타는 모습을 직접 봤을 때도 대다수가 원스키 형태를 취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상스키는 원스키로 탄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수상스키에는 ‘원스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스키(Two-ski), 원스키 혹은 슬라럼(Slalom-ski), 점프스키(Jump ski), 트릭스키((Trick ski) 등 다양한 형태로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다.
어떠한 형태로 수상스키를 즐기더라도, 처음 입문할 때는 투스키로 시작한다. 투스키는 중심을 잡기에도 편하고, 초심자가 물 위로 부상할 때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실력이 붙어 중급자 수준이 되면 대다수가 원스키로 전환한다. 그렇다고 해서 투스키를 초보자용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중급자 혹은 상급자가 되더라도 투스키가 즐겁다면 원스키로 전환하지 않고 계속 즐겨도 된다. 대회에서 볼 수 있는 점프스키도 하나의 스키가 아닌 두 개의 스키를 착용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스키로 전환한다. 그 이유는 투스키보다 원스키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투스키처럼 양발에 스키를 신으면 중심잡기도 좋고 힘도 덜 쓰면서 편하게 탈 수 있지만, 원스키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다양한 기술을 펼칠 수가 없다. 반면에 원스키는 물을 쉽게 가르고 나갈 수 있어서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두 개의 스키를 사용하는 투스키는 방향 전환이 어렵지만, 하나의 스키만을 사용하는 원스키는 방향전환이 용이하다. 그래서 우리는 S 모양을 그리며 스키를 탈 수 있다. 이를 ‘슬라럼’이라고 부른다. 투스키를 신고 단순히 보트에 끌려가는 것보다 원스키로 S 모양을 그리며 슬라럼을 펼치는 것이 훨씬 재밌고 다이나믹하다.
추가로, 슬라럼을 펼칠 때 투스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원스키의 매력이 있다. 빠른 속도로 물을 깊게 자르며 방향 전환을 하게 되면 ‘물벽’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원스키를 타는 것이고, 그들을 보며 수상스키는 원스키로만 탄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떤 강물 상태에서 타는 게 좋을까?
수상레저는 여름을 기준으로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시작된다. 정확히는 05~06시부터 19~20시까지 직원들은 일을 하고 손님들은 탈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강물의 상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강물의 상태가 좋다는 뜻은 강물이 거울처럼 잔잔하고 투명함을 의미한다. 파도가 울렁이는 강물보다 새벽의 잔잔한 강물에서 수상레저를 타게 되면, 지나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즐기면서 탈 수 있다. 그래서 그 시간대만 타려고 오는 손님도 있고, 덜 힘들기 때문에 4050세대 손님도 많이 찾는다. 따라서 잔잔한 물위에서 다른 방해요소 없이 정확한 자세교정을 받고 싶은 손님에게 좋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근력이 부족하거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새벽 강물에 적합하다.
반면에 09시부터 17시까지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고 이로 인해 다수의 보트들이 운행을 하여 강에서 파도가 만들어진다. 파도가 만들어진 강물에서는 중심을 잡기 어렵고 기술을 펼치기도 어렵다.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근력을 사용하여 중심 잡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기술의 성공률도 낮아져 재미가 반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는 웨이크보드 혹은 수상스키를 타려는 레저인들이 보다 적다. 대신 강물 상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바나나보트, 땅콩, 플라잉 피시 등 놀이기구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놀이기구를 즐기려는 사람들한테 적합한 시간대이고, 수상레저를 타고 싶은 분들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타게 되는 경우, 노련한 강사들이 잔잔한 물길을 찾아 운행하니 너무 우려하지는 않아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19~20시 해가 지는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영업을 종료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안전과 관련이 깊다. 밤에 강을 구경해본 사람 혹은 야간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이라면 공감할 텐데, 해가 지고 난 뒤의 강물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야간에 도로 위에서 자동차 운전하는 것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야간에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야광표지판, 반사표지판, 이정표 등이 라이트와 반사되어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강물은 그렇지 않다. 반사될 수 있는 표지판도 없고, 누군가 강물에 투기한 쓰레기나 떠내려 온 부유물에 프로펠러가 부딪히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강물 상태가 아무리 좋다 해도 해가 지는 순간 모든 업체들이 영업을 종료한다.
강에는 길이 없다. 보트끼리 사고 나지 않을까?
강의 특정 지점마다 4~5개의 수상레저 업체들이 모여 있고 각각 3~5대의 보트를 운행한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주말 같은 경우, 각각의 업체들은 모든 보트를 운행하게 될 때가 있고 대략 25대의 보트들이 강 위에서 돌아다니게 된다. 강이 넓다 해도, 운이 좋지 않아서 혹은 잠깐의 실수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특히, 수상레저는 보트만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보트 뒤에 로프로 사람을 끌고 가는 형태여서 더욱 안전에 각별하다. 앞을 달리는 보트는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마주하는 보트를 피해갈 수 있으나, 뒤에 매달려 오는 사람은 앞을 볼 수가 없다. 자신보다 앞에 있는 보트 때문에 시야가 가릴 수도 있고, 기술을 펼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앞에 신경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보트끼리 피해가도, 뒤에 매달린 사람들끼리 엉키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그래서 업체들끼리 노선을 정하고 규칙을 만든다. 업체마다 운행하는 보트가 강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마주할 경우 운전자들은 어느 쪽으로 우회할지를 정한다. 또한 모터의 소리가 크므로 육성이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서로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수신호를 만들어 의사소통을 원활이 이루어 낸다. 한편, 보트가 마주하는 경우 뒤에 매달린 손님은 앞에 상황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운전자는 손님에게 수신호로, 웨이크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지나갈 때까지 기술을 펼치지 않도록 만든다. 보트끼리 서로 지나쳤을 때, 강사는 손님에게 수신호를 보내 수업을 진행한다. 이 밖에도 동시에 선착장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혹은 동시에 들어오지 않는 룰도 있다. 가령, A업체 선착장에서 보트가 출발하면, B업체는 기다렸다가 출발하고, 수상레저를 즐기고 나서 선착장으로 복귀할 때 A업체 보트가 먼저 들어오고 있으면 B업체는 물 위에서 기다렸다가 선착장으로 복귀한다.
PS. 수상레저는 여름에만 즐길 수 있을까?
수상레저는 말 그대로 물 위에서 즐기는 여가 활동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름이 수상레저를 즐기기에는 가장 적합한 계절이다. 그러나 빠르면 3~4월에서 늦게는 10~11월까지 수상레저를 할 수 있다. 물속이 아닌 물 위에서 즐기는 수상레저의 특성 때문인데, 다른 물놀이와 비교했을 때 수상레저는 몸에 물이 직접적으로 닿는 면적이 적어 물의 온도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때문에 물이 차가운 3~4월 혹은 10~11월에도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 혹여 날씨가 춥거나 그래도 물이 차가우면 전신슈트·레저슈트를 착용하기도 한다.
활동적이고 다이나믹한 레저를 글로 표현하자니 뭔가 알쏭달쏭한 기분입니다. 역동적인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해서, 기술적인 분야는 피해왔는데 겨울 이야기로 넘어가면 그것도 써볼까 합니다.
아, 그리고 수상레저 이야기는 지금의 계절과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지네요. 겨울 이야기부터 하고, 이후에 여름이 다가오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