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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 Dec 14. 2018

손님이 우선일까, 직원이 우선일까

첫 직장 그리고 첫 해고 (2/4)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렌탈샵을 그만두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해고가 맞는 표현일 듯하다. ‘일하기 싫어?’라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했고, ‘그럼 하지마’로 끝났으니까 말이다. 내가 ‘네’라고 대답했던 이유를 알고자 그때의 나를 떠올려 봤다. 혹시 이성보다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의 과정들을 하나씩 글로 써보니, 그만두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장님과 나는 잘 맞아서 업무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었다. 그리고 나로서는 내가 기여하는 비중보다 배우는 게 더 많아서 오히려 감지덕지했다. 특히, 매니저로 일했던 기간 동안 사장님 아래서 사업 관련 배울 점도 많았었다. 사장님은 ‘고객관리’가 특출했는데, 다른 렌탈샵에 비해 늘 주차장이 비질 않았던 게 방증 아닐까 싶다.


1) 거절 할 때도, 손님에게 도움 되는 차선책을 마련한다.

간혹 강습·렌탈 비용에서 추가로 더 할인받고 싶어 하는 손님이 있다. 그럴 때마다 사장님의 대처하는 방식이 있다. 가령, 강습비는 15만원이고, 손님은 2만원을 추가로 할인받고 싶어 한다고 치자.


손님 : 멀리서 왔는데, 2만 원 정도 쪼금 더 깎아주세요~~
사장 : 하하 손님~ 할인은 어렵습니다. 자식 같은 강사가 이 추위에 일하는데 1~2만원 덜 받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마음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대신 10~20분 강습 더 받을 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사장 : 여기(매장)서 13만원을 결제하시고 2만원은 남겨두세요, 그리고 조금 있다 스키장에서 강사를 만나면, “추운 날씨에 고생 많으십니다. 강습 끝나고 커피 한 잔 사드세요.”하고 2만원을 챙겨주세요. 그러면 강사도 열심히 가르쳐드리지 않겠습니까?:)


손님은 원래의 가격(15만원)으로 추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시간까지 늘었으니 할인해주지 않았다고 기분 나쁠 일도 없고 강사도 마찬가지다. 강사도 원래의 강습비(15만원)를 받는다. 혹여 원래 받아야 할 금액보다 적게 받으면, 강사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받은 만큼 대충 대충 가르칠 수도 있다. 1~2만원 때문에 나머지 13~14만원의 가치도 하락하는 나쁜 경우다. 한편, 팁을 받은 만큼 더 잘해드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강사는 열심히 가르칠 게다.




2) 사장님은 로드손님도 단골손님으로 만든다 (*로드손님: 도로로 지나가던 중 어쩌다 방문하는 손님)     

어떤 직원도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이유로 손님에게 실수 할 수 있다. 한 예로, VIP 고객(A)과 일반 손님(B) 두 고객이 동시에 방문했다 치자. 당연히 직원은 A에게 더 신경 쓰며 대우하고 B에게는 소홀할 수 있다.


그러나 B는 A가 VIP인지 아닌지 모를뿐더러, A와 차별되는 서비스를 받으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혹여 A가 VIP라는 것을 안다 해도, ‘VIP가 되면 저런 차별대우를 받나보다!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있을까? 십중팔구 ‘VIP가 아니면 사람도 아니라는 거야 뭐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손님이 화가 나서 따지면 사과할 기회라도 있지만, 화가 나서 그냥 다른 매장으로 가면 기회조차 없다.


이럴 때 사장님은, 손님들 앞에서 직원을 야단쳤었다. 표정이나 말투, 행동을 각별히 신경 써서 응대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화나시는 게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야단쳤다. 그리고 B에게는, “죄송합니다. 직원의 실수 때문에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러 이러한 것을 서비스로 해드리겠습니다.”고 말한다.


B는 사장의 대처가 마음에 든다. 이제야 대우 받는 기분이 든다. 직원은 마음에 안 들지만, 사장에게 만족해 또 방문하고 싶어진다. 직원 빼고는 누구하나 기분 나쁠 일이 없다. 또 하나의 단골손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나는 사장님의 행동들을 보면서 당연하고 적절한 대처라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사장’이라는 직책을 맡는다면, 직원보다 매출과 직관되는 손님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옳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야단맞은 직원들을 위로할 때도 ‘사장님은 어쩔 수 없이 저러시는 거야.’, 10~20분 추가로 강습한 강사들이 불평할 때도 ‘고생했다. 우리한테 맛있는 거 사주시거나 더 챙겨주시겠지’라며 다독였다.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다른 직원처럼 사장님이 나를 야단쳤던 적은 없었다. 그게 내가 실수를 안 해서 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같이 일을 시작하며 쌓았던 유대감 때문에 챙겨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상처받거나 속상한 일도 없었고, 묵묵히 지켜볼 수도 있었으나,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왜 불편했을까. 아마도 내가 맡은 역할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매니저’라는 직책을 맡고 있었고, 매니저답게 직원들을 관리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니, 자연스레 직원들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힘들어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A. 앞서 언급한 1)을 다시 생각해보자. 손님 입장에선 정규 강습시간 2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 있다. 때문에 사장님이 주는 10~20분은 매우 좋을 것이다. 그러나 강사 입장은 달라진다. 강사는 하루에 3타임에서 많게는 5타임까지 강습을 한다. 1타임 당 2시간씩이면 총 10시간을 강습하는 날도 있다. 10시간 강습에 10~20분이 각 강습마다 쌓이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사전에 정해놓은 강습 스케줄과 관련이 깊다. 강습 스케줄을 잡을 때 강습 간 5분~10분 텀을 잡는다. 강사들이 화장실이라도 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배려다. 그러나 10~20분 연장으로 강사들이 쉴 틈 없이 계속 강습하게 되면,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누적된 피로는 강습의 질로 나타난다. 고객의 컴플레인이 나타나는 이유에는 강사의 실력 부족도 있겠지만, 이러한 피로 누적으로 만들어진 강습의 질 저하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다음 예약손님’들이다. 10~20분 더 강습하는 건 힘들 순 있지만,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참아내고 강습을 마무리 한다 해도 다음 예약손님을 찾아가면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원래 예약시간보다 늦었으니 환불해 달라.’
 ‘늦게 시작한 만큼 추가로 강습해 달라.’


너무나 옳은 말들이기 때문에 늦은 만큼 더 해드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다음 예약팀도 늦을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나중에는 원래 끝나야 할 시간보다 1~2시간 더 늦게 끝날 수 있다. 예상에도 없던 10~20분 연장이 원래 정해진 스케줄 전체를 뒤바꾼다. 그리고 그 총대는 현장에 나가있는 강사가 맨다. 스케줄을 담당하는 나로서는 여유시간을 융통성 있게 만들어도, 10~20분 연장이 생기면 전부 뒤틀린다. 전부 뒤틀리지 않게 만들려면 강사들의 쉬는 시간을 줄여야 할 수밖에 없다.


강습이 꼬이는 과정

*야간으로 이월 될 경우, 대부분 강사 재량으로 1시간을 채워 강습한다. D팀의 약속시간에서 40분이 밀린 점, D팀 개인시간(야간)을 방해한 점 등 손님에게 미안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따라서 매너 있는 강사는 20분을 더 추가해 총 1시간을 강습해준다. 물론 말 그대로 강사 재량이기 때문에 귀찮거나 피곤하면 칼같이 40분만 하는 강사도 있다. 한편, 야간에 탈 생각이 없는 손님이라면, 환불해주는 수밖에 없다.



B. 2)의 방법도 다시 생각해보자. 손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우대해주고 존중해주는 기분이 들어 만족스럽다. 그리고 그 감정은 사장님과의 유대감 형성으로 이어진다. 사장님의 서비스에 빠져든 손님은 자연스레 또 한 번 찾고픈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직원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동료들과 처음 보는 손님들 앞에서 혼나는 일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누군가는 서비스직이라 감정노동은 필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도 있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직원’보다 ‘고객’을 먼저 챙기는 게 더 큰 문제로 변하는 걸 느꼈다.


그 변화는 손님들이 매장을 방문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직원들은 자칫 실수라도 하면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기 때문에 차라리 나대신 누군가가 응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애써 못 본 척을 한다. 응대뿐만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책임이 부여되는 것도 회피한다. 혹여 잘못되면 손님들 앞에서 야단맞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야단맞은 적이 없더라도, 누군가 혼나는 걸 본 이상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여지는 사람을 두렵게 만들고 위축시킨다. 결국에는 직원들의 눈빛에서 활력을 잃는다.


손님이 우선일까, 직원이 우선일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결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모르겠다. 만약 나도 ‘사장’이라는 직책이었다면, 비슷한 방식을 취했을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는 않았을 거다. 사장님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이해되고, 입장도 헤아릴 수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건, 역시 나한테 맞지 않는다.


과거에도 이런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늘 감정이 교차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내 사고방식이 틀릴 수도 있고 헛된 이상(理想)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장 나쁜 경우는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우유부단한 자세만 취하다 양쪽에 피해만 끼치는 거다.


그러나 그간 내가 내린 결정을 돌이켜보면, 늘 고민하다 가도 결국은 내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손님과 직원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 직원들의 마음을 대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단지 ‘매니저’라는 직책 때문이 아니라 그게 옳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직원들을 대변하고자 사장님과 면담을 몇 번 가졌다. 그 과정에서 사장님도 내가 마냥 기특해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편이 아닌 직원들을 감싸는 내 모습에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 사이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내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PS. 레저강사들은 어떻게 일할까

내 주변에서 업계를 잘 모르는 몇몇 분들은, 레저는 ‘한철장사 아니냐’며 종종 걱정하곤 한다. 여름이 끝난 수상레저 강사는 쉬면서 다음 여름을 기다리고, 겨울이 끝난 스키강사는 쉬면서 다음 겨울을 기다리는 줄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하는 강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름과 겨울을 연계해서 일한다. 여름이 끝나면 수상레저는 마무리하고 스키강사를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스키강사로 일하며 겨울을 보내면 다시 수상레저로 복귀한다. 반면에, 한 가지만 하는 강사도 있다. 여름이 끝난 수상레저 강사는 필리핀이나 태국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수상레저를 하며 겨울을 보낸다. 겨울이 끝난 스키강사는 캐나다로 넘어가 스키시즌을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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