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삶에 새겨진 상처와 긍지

by 노란민들레

내 손가락과 팔등엔

남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작은 흉터들이 남아 있다.

예쁜 손톱을 자랑하는 친구들 곁에 앉아 있을 때면

문득 부러울 때도 있지만,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메니큐어를 발라본 적이 없다.

어릴 적,

오빠와 언니는 도시로 공부하러 떠나고

나는 농사꾼 아버지를 따라

감나무와 밤나무 묘목을 심고,

소를 앞세워 모내기를 하며,

벼멸구 약을 들고 논두렁을 누볐다.


풀을 베다가 예리한 낫에 걸려 난 손등의 상처,

소여물을 쓸다 작두에 베인 상처,

그건 내가 처녀 농군 시절부터 이어져온 나만이 지닌 영광의 훈장이다.

그리고 요즘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불에 데인 작은 자국까지.

모두가 내 인생의 문장처럼

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


그 시절,

일 잘한다고 칭찬해주던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다.

그것이 내겐 보람이었고, 긍지였다.


내 손의 상처들은

가난이나 노동의 흔적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다는 증거이고,

세월을 견뎌온 자의 문신이다.


요즘 나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또다시 하루하루 정성껏 삶을 돌본다.

때로는 너무 지치고,

“이젠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몸은 자꾸 일을 찾아 나선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일 중독 아니야? 그냥 좀 쉬지 그래?”

그러나,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이 좋다.


삶은 내가 움직이는 만큼,

따뜻한 보답을 안겨준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도 일하는 하루가 좋다.

나는 내 손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 수고했다. 참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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