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인천 송도에서 벌어진 끔찍한 총격 사건은 한동안 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아들 부부가 손주들까지 데리고 찾아간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갑자기 총을 꺼내 들었고, 결국 아들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장면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비극이 아주 먼 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서로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어느 순간부터 어긋나고, 멀어지고, 결국엔 감정이 아니라 총구로 이어지기까지 했다는 것이 더 슬펐다.
사랑이 실패했을 때, 가장 가까운 관계는 때로 가장 파괴적인 모습이 된다.
자작나무님이 들려준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랑은 기술이며, 반드시 배워야 한다.”
처음엔 당연한 말 같다가도, 생각할수록 뼛속 깊이 스며드는 말이다.
나도 사랑이 어려웠다.
좋아서 했던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했고, 정성껏 챙긴 행동이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내 방식이 맞다고 믿었고, 그러니 상대의 반응이 서운하게 느껴졌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았다.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 어쩌면 잘못된 각도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에릭 프롬은 말한다.
사랑은 단지 감정이나 충동이 아니라, 의식적인 훈련과 집중이 필요한 일이라고.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고독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고, 흐트러지지 않는 마음을 훈련해야 하며,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라 집중이다.
상대를 붙들려는 욕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다듬는 연습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사랑이란 건 결국,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배우게 된다.
주는 사랑은 보호하고, 책임지고, 존중하고,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해하는 데서 완성된다.
이 다섯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사랑은 흔들린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계속되면, 때론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송도의 그 사건도, 단지 한 사람의 분노나 순간적인 충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 서로가 조금씩 다르게 사랑을 표현하고, 조금씩 멀어진 끝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있었지만, 서로가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다시, 사랑을 배우고 있다.
말을 아끼고, 귀를 더 기울이고, ‘내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조심한다.
사랑은 그냥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라, 날마다 다듬고 돌보아야 하는 ‘살아 있는 기술’이라는 걸 배운다.
사랑은 늘 옳기만 하지 않다.
사랑은 가끔은 틀리고, 실수하고, 아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진짜 사랑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은 나 혼자 할 수 없지만, 사랑의 기술은 나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다.
오늘도 그 연습을 계속해본다.
내가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정말로 따뜻하게 사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내 사랑이 누군가의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