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두어 달 앞둔 무렵,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 둘째 생각 있어? 아직 첫 아이도 태어나지 않았는데 둘째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은 부담스럽고 종종 무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고 작은 존재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때도 사람들은 물었다. 둘째 생각 있어? 혹은 한마디 더 보태기도 했다. 둘 이상 키우는 게 쉬워. 하나만 낳으면 나중에 후회해. 자녀 계획은 부부가 결정할 문제인 데다 임신과 출산은 온전히 내 몫인데, 책임 없는 질문과 선을 넘는 참견은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남기기까지 했다.
가족들의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하루빨리 일터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나에게 둘째 아이는 언감생심이었다. 당초 아이를 두 명 이상 낳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도 않았다. 게다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무수한 책임과 희생, 처절하게 나를 지워야 하는 용기를 담보로 한다는 것을 사무치게 알아버렸으니 또다시 그 과정을 반복할 자신이 없다.
저출산 시대. 국가 소멸을 걱정하는 요즘. 매년 최저를 경신하는 출생률 수치. 우리나라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렵다는데, 미국에서는 다둥이 유모차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이유가 뭘까. 고용이 유연한 나라의 명과 암인지 미국은 육아 휴직이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성년이 된 자녀는 독립하는게 자연스러운 문화인데다 드넓은 미국 땅에서 부모와 가까이 사는 경우도 거의 없다. 조부모의 육아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보육 시설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공립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데, 이용료가 한 달 기준 2천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아이를 키우기 쉬운 환경은 아니다. 척박하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에는 다둥이 유모차가 많다. 아이 둘은 기본, 셋 이상과 함께 다니는 부모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에 다둥이 유모차가 많은 이유를 찾아보면 몇 가지 떠오른다.
가족 중심의 문화인데다 종교적 이유, 아이들에게 관대한 사회 분위기, 일찍이 아이의 자율성을 독려하는 환경 등. 아이가 둘 이상이면 육아 난이도가 쉬워진다는 인생 선배들의 조언처럼 다둥이가 다둥이를 부르는 순환 육아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아이가 하나든 둘 이상이든 육아 난이도는 평균 이상일 터. 아이가 주는 행복만큼 책임감과 결이 다른 고난이 크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요즘, 다둥이 유모차를 볼 때마다 경외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