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좋은 일, 행복한 일, 기쁜 일을

보거나 듣는 직업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한없이 가깝다.


하지만 나와 만나는 사람들의 미래에

그런 일들이 더 많이 펼쳐질 수 있도록

그저, 거들고 도와주며,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최근에 법무부에서

수강명령 대상자를 교육하던 중

똑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들었다.


선생님은 좋은 건 안 보세요?


처음에 누군가 그 말을 했을 때는

여러분의 자기 치유를 위해서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라며 사무적으로 대답했고.


두 번째 누군가 똑같은 말을 했을 때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부터 보아야 한다고,

곪아버린 상처에 무턱대고 붙였던 반창고를 떼어

그 속에 깊이 병든 나 자신을 다시 보살펴 줘야 한다고,

배운 대로 대답했다.


그리고 세 번째 동일한 질문을 들으니,

어리석게도

그제야 알았다.


어쩌면 그들의 질문은

저희에게 힐링이 되는 걸 보여주세요,라는

돌려 말하기 화법이 아닌,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그들의 질문이 분명 나를 향하고 있음에도

그렇게 또 바보처럼

느지막하게 깨닫고야 말았다.


어떤 교육 동영상에서 보았다고,

쌀에 대고 예쁜 말을 하면 쌀의 상태도 괜찮지만

쌀에 대고 욕설과 나쁜 말을 하면

쌀에도 곰팡이가 핀다고.


한껏 아는 체하고는 했던 것 같은데


내 자신이 정작

내 마음에, 내 몸에

곰팡이가 슬어버린 걸 보지 못했다.

또다시.


결국 최근에 또 몸에 탈이 났고

역류성 후두염과 성대 결절 위험 문제로

한 달 넘게 치료가 지속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술래잡기 때 달리기만 해도

그날 밤, 잠에 들려고만 하면,

코피를 한 시간 넘게 쏟고는 했는데.


여태 오만한 버릇을 고치지 못한 것 같다.

내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대한 인정과 수용에 대하여.


그렇게 또다시

타인을 통해 배우고

또 자기 객관화를 하며,

오월의 중순을 넘겨보고자 한다.


비에 젖은 오월의 빨간 장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던

우산 속에서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세찬 빗방울을

내가 아닌, 타자(他者)의 힘으로 버텨냈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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