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분, 거기 계시나요.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너는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다, 이다.


이에, 내 스스로 정의한 나에 의하면,

사람들은 편안하게 믿고

원만하게 소통하고

또 주고받을 줄 아는

그게 나라는 사람이었다.


작년에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동생이 있는데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됐지만.

첫 만남에 같이 여행도 다니고,

그녀의 경제적 상황이 나보다 편치 않기에

내가 좀 더 부담을 하기도 하였다.


그녀와 함께한 모든 시간과 비용은

결국 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나는 어떠한 것도 아깝다고 느낀 바 없었고.

또 되돌려 받길 원하지도 않았다.


동생은 순수했고,

만난 지 얼마 안 된 나의 사적인 이야기도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또 응원해 주었기에

그 모든 것으로 나는 족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그랬다.

나의 이런 면은 쉬이 변하지 않는 듯하다.

이걸 변화시키고자 할 마음이

나에게 없나 보다, 싶다.


그런 나를

내가 인정하고, 또 안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동생과 친한 친구는

나와의 첫 만남 때부터 계속

그 동생에게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내가 그 동생을

인신매매 같은 범죄에 연루케 할 수도 있다며

나를 경계하라는 조언이었다고 들었다.


그로 인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최근에 온라인에서도 봤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집에 부모님이 안 계셔서 내가 못 들어가고 있으면,

옆집 어른들이 자기 집에 있다가

엄마 아빠 오시면 돌아가라고,

그렇게 가서 남에 집 밥을 편히 얻어먹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경비원 아저씨의 사무실에 앉아서

경비원 아저씨가 주는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를 먹으며,

부모님을 기다린 적도 많았는데.


어느덧 우리의 삶이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사회가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시장 한 복판에서 길을 잃었어도

시장에서 분식을 사 먹는 아줌마 아저씨들 사이에서

떡볶이랑 순대를 얻어먹으며

엄마를 기다렸던 꼬마였는데 말이다.


그로 인해 나의 어머니는

그 넓은 시장에서 나를 잃어버려도

걱정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우리의 뉴스와 방송은 어느덧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들을 앞다퉈 내세우다 보니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가득해졌고,


우리가 보는 드라마 영화도

왜인지 어느 날부터

범죄와 스릴러, 혹은 생존과 같은

또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가득 나오는

그런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는 듯한데


이게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나는 문득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는 듯하다.


과하게 경계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겠지만

과하게 경계하는 것도 이상한 게 분명한데

어떤 사람이 되는 걸 선택할 것인가.

그건 아마도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나는 오늘도 어렸을 때 가장 뭉클하게 봤던

그 프로그램을 검색해 봐야겠다.


기억하는 분, 거기 계시나요.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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