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릴 정도로 눈이 부신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어느덧 유월, 여름이 가까이 오고

창문을 조금만 열어 놓아도

저녁만 되면 그렇게들

가지각색의 날벌레들이

차창 틈으로 나의 방 안에 들어오고는 한다.


빛을 쫓아.


손톱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작은 그들조차도

눈부신 빛을 따라 날갯짓하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은 어떨까.

나는 어땠을까.


곰곰이 떠올려 보니,


나의 삶에서 빛이란 무엇이었을까.

그 질문에서부터 무언가

턱 하니 걸리는

벽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다.


빛이란,

빛이란.

나에게 빛이었던 그것이란

사랑도 돈도 명예도 아닌


그저 길 한가운데서

어느 노인이 자신도 모르게 흘리고 간

어떤 물건을 주워서 챙겨주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공손한 고개 숙임.


그리고 목발에 힘겨워하며

버스에 오르는 걸 버거워하던 젊은이를 보고

바로 버스 운전석에서 내려

그의 탑승을 도와주었던,

어느 다정한 버스기사님의 든든한 두 팔.


자신의 목적지를 찾아 헤매던

낯선 외국인의 스마트폰에 있던 지도를 보고,

서투른 영어보다는

차라리 직접 데려다주는 걸 택했던

젊은 커플의 수줍은 미소와 손짓.


이 세상에는

그림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장면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서

그 기묘하게 벅차오르는 뭉클함에


결국, 나는 또

눈물 지어버리고 말 때가 있다.


너무나도 눈이 부셔

그 눈부심에 눈이 시려서 말이다.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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