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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Sep 15. 2023

고통 끝에 기쁨이 있도록

우리에게는 즐거운 노동이 필요하다

스펙 없는 내가 살려면 공무원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다 참고 견디며 공부한다 치자, 그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내 부족한 상상력은 민원인과 직장상사에게 시달리다가 휴일이 되면 드러누워서 유튜브나 보는 일상만 떠올렸다. 고통받기 위해 고통을 견뎌야 하다니,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누군가는 넘겨짚지 말라고 잔소리하겠지만, 즐거운 직장생활이라는 게 그렇게 흔했던가. 나는 시지프스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진작에 자살에 실패해 봤는데 또 시도한다고 잘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어떻게든 나한테 맞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결심을 한 게 2년 전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즐거운 노동'을 퍼뜨리려 했다. 밀에 따르면, 사람은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행복하다. 재산 없는 노동자를 포함해서 최대 다수가 행복하려면, 기존의 억압적인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명령받고 부당한 요구를 견뎌야 하는 노동을 폐지하고, 각자가 스스로 결정하고 공정하게 대우받는 노동을 실현해야 한다. 밀은 노동을 즐겁게 만들 방법을 찾다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밀의 자유론보다 사회주의론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고통받는 이유는 자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200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자유로운 곳은 10%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일상을 망치는 건 정부의 탄압과 감시가 아니라, 악성 민원인과 꼰대 직장상사, 그런 악인들을 견디고도 남는 게 없다는 공허함이다. 노동은 원래 괴로운 것이라는 미신을 버려야 한다. 이제 즐거운 노동은 우리가 따라야 할 사회진보의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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