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좌파에게
좌파 대선 후보들에게 딱 네 가지만 묻고 싶다.
1. 국무회의는 누구로 채울 것인가.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사람이 수백이다. 그 중 핵심이 장관인데, 좌파 대선 후보들이 장관에 어울리는 인재를 거느리고 있던가. 인재가 있다면, 유권자의 불안을 덜어내기 위해 미리 그림자 내각이라도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2. 법은 무슨 수로 바꿀 것인가. 나라를 크게 개혁하려면 여러 법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진보당의 김재연 후보는 소수 집권당과 일해야 하고,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는 아예 집권당도 없이 일해야 한다. 대체 무슨 수로 개혁을 이룰 것인가. 설마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입법을 대체할 셈인가.
3. 권리끼리 충돌할 때 어떻게 중재할 것인가. 예를 들어 시스젠더 여성의 안전할 권리와 트렌스젠더 여성의 여성으로 대우받을 권리가 충돌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수적 기독교인이 양심에 따라 동성애자 고객을 거부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아니면 양심의 자유보다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우선시할 것인가. 차별금지법으로 이런 의문을 억누르기만 할 것인가.
4. 생산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앞으로 경제 규모는 인구 감소에 따라 계속 줄어들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적자재정을 각오해서라도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좌파 후보들은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정책을 공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 향상 없이 재분배만 강화할 계획인가.
좌파 후보가 정말 당선 또는 당의 존재감 강화를 위해 출마했다면, 이 네 가지 질문이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해 뒀어야 한다. 대통령 취임사를 읽은 후에 국무위원을 수소문하고 정책을 연구하는 것은 너무 늦는다. 정부 운영을 준비하지 않은 후보가 유권자에게 후원금을 받고 표를 호소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나도 좌파다. 좌파가 초라하게 낙선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공약이나 선전 전략을 보면 선거자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좌파가 주류가 되기도 전부터 반동부터 일어나는 곳이 우리나라다. 지금과 같은 전략으로는 좌파가 집권하더라도 무사히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의문은 많지만, 답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