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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Jan 20. 2023

경제학은 얼마나 과학적일까요?

생각보다 덜 과학적일지도 모릅니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 저서로 꼽히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경제학 원리에는 숫자가 적습니다. 경제 현상을 수식으로 일반화할 때보다 페이지 수를 나타낼 때 더 많은 숫자가 사용된 것 같습니다. 당시 경제학은 수학보다 정치학, 윤리학과 더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한계 혁명이 일어난 뒤부터, 경제학은 점점 수학으로 채워 졌습니다. 이제는 수학 없이 경제학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 수학과 경제학의 유착 관계가 지나치다고 여기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물리학 같은 다른 과학적 학문에 비해, 현대 경제학은 성적표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의 생명은 예측입니다. 물리학이 로켓을 날리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 양을 정확히 예측하는 동안, 물리학 만큼 수학을 자주 활용하는 경제학은 사람들이 광적으로 담보 대출을 받다가 국제적인 금융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현대 경제학은 다른 과학적 학문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은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려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경제학은 사람을 연구하는 또 다른 학문인 심리학과 맞물리지 않습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돈은 인간을 움직이는 핵심 동기가 아니고, 인간은 매순간 합리적으로 손익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이 전제하는 인간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심리학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는 셈입니다. 이렇게 대전제가 흔들리는데, 그 위에 올려진 결론들이 무사할 리 없습니다.

이제는 현대 경제학이 물리학만큼 튼튼한 과학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경제학도 과학이라면, 우선 무언가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행동도 예측하기 힘든데, 수백, 수천만 명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이 고작 수식 몇 개로 간단히 이뤄질 리가 없습니다. 과학의 기준을 엄격하게 따지고 들면,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여왕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과학적 학문이라는 지위를 지키려면, 경제학은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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