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인 덴마크가 국경을 관리하는 법

덴마크는 사회민주주의를 배신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by 이완

덴마크는 가장 진보적인 나라다. 덴마크 정부는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달하는 세금을 걷는다. 그렇게 확보한 재정으로 대학생에게 무상교육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전국민에게 무상에 가까운 의료서비스를 공급한다. 또한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녀를 평등하게 대우한다. 경제와 정치 모든 면에서, 덴마크는 매우 민주적이고 사회주의적이다.


그런 덴마크지만, 외지인에게는 관대하지 않다. 근 몇 년 동안 시리아 난민은 강제 송환되었다. 이민자 아동은 이민자 비율이 30% 이하인 유치원에서 주25시간 이상 지내야 하고, 덴마크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범죄율 등 여러 지표가 나쁜 지역은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다. 이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가중 처벌을 받고, 그 가족은 퇴거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조치는 외국인 비중을 조절하고 외국인을 덴마크인으로 동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렇게 높은 국경을 쌓은 데에 덴마크 사회민주당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덴마크 사회민주당도 해외 동지들처럼 관대하고 개방적으로 이민자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이는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그런 혼란을 틈타, 2015년에 극우 정당이 2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적도 있다.


하지만 메테 프레데릭센 당수가 사회민주당의 이민 강령을 완전히 바꿨다. 앞에서 이야기한 강경한 동화주의가 그 핵심이었다. 결과는 확실했다. 덴마크 사회민주당은 노동자의 신뢰를 되찾아서 2019년에 정권을 탈환했다. 극우파는 세력을 잃었다. 주변 국가들이 하나 둘 극우파에 넘어가는 상황에서 달성한 성과다.


주변 나라의 사회민주주의 동지들은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변화를 비난했다. 특히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이 덴마크 사회민주당을 극우에 굴복한 인종주의자라며 공격했다. 일부 비평가들 역시 덴마크가 사회민주주의 정신을 버렸다는 듯이 묘사했다. 사회민주주의의 핵심은 인도주의와 모두의 평등인데, 덴마크가 자국민만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부당한 차별을 자행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평가는 제대로 된 것일까. 이웃 스웨덴과 비교해 보면 그래 보이지 않는다. 덴마크 동지들과 다르게,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은 1970년대부터 국경을 활짝 열었다. 정치적 망명을 원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를 찾아온 동유럽 사람들, 나라를 잃은 시리아 난민을 계속 받아들였다. 그 탓에 지금 스웨덴 인구의 5분의 1은 스웨덴 밖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래서, 스웨덴은 덴마크와 다르게 여러 인종과 민족이 잘 어울리며 더 포괄적인 평등을 달성했을까. 2022년 총선에서 극우파인 스웨덴 민주당은 원내 제2당 지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23년, 스웨덴 온건당이 주도하고 민주당이 지지하는 우파연립 정부는 스웨덴군을 경찰 지원 업무에 투입했다. 스웨덴 전역에서 청년과 이민자가 갱단 활동에 뛰어드는 바람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스웨덴은 돈을 쥐여주며 이민자를 내쫗고, 영주권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항상 말 뿐인 진보 비평가와 유엔 관료들은 이런 사태에 대한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저 국적과 문화 차이를 초월해서 모두의 권리를 매순간 동등하게 보장할 것을 앵무새처럼 요구할 뿐이다. 그 탓에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제 스웨덴도 강력한 동화주의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스웨덴의 공동체들은 스웨덴어, 자립성, 시민권과 관련된 권리와 의무, 그리고 스웨덴의 법과 규범, 가치에 대한 존중에 의해 결속되어 있다. 스웨덴에 오는 사람은 우리의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고 명예롭게 살아야 한다.”

- 스웨덴 정부, 정부의 우선순위에 관하여: 이민과 통합


덴마크 사회민주당은 1871년에 창당된, 사회민주주의계의 원로다.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보다 십여 년 빨리 조직되었다. 덴마크 사회민주당은 수십 년 넘게 집권하며 지금의 강력하고 혁신적인 복지국가를 일궜다. 그런 덴마크 사회민주당이 단순히 극우파가 두려워서 이념을 수정한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원래 사회민주주의는 현실적이고 국민주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는 무분별한 관용을 의미한 적 없다.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사고방식을 가진다면, 모두를 받아들일 수 없다.”

- 메테 프레데릭센, 사회민주당 소속 덴마크 총리



(다음 글에서 계속)


참고자료


데이비드 레온하르트, 우익 포퓰리즘의 시대, 덴마크 진보 정당의 승리 비결, 뉴욕타임즈, PADO 번역.


오창룡, 덴마크 사회민주당의 난민 정책 전환: 2000년대 이후 복지국가와 좌파 정당의 딜레마, 한국스칸디나비아학회, 스칸디나비아 연구 제34호, 2024.


The Guardian view on forcible integration in Denmark: this cannot end well, The Guardian, 2018. 7. 8


How Denmark's 'ghetto list' is ripping apart migrant communities, The Guardian, 2020. 3. 11


Sweden gangs: Army to help police after surge in killings, BBC, 2023. 9. 30


메리 힐슨, 노르딕 모델, 주은선 등 옮김, 삼천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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