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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Jan 31. 2023

사회주의를 평등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싶습니다.

사회주의자는 평등 바라기가 아닙니다.

작년에 가장 열심히 공부한 주제는 '평등지상주의로부터 사회주의를 해방시키는 법'입니다. 사회주의는 평등지상주의와 다르다는 사실, 사회주의는 굉장히 광범위한 생각들의 묶음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는 국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키워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 전통이 철저히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전체주의 성향을 가진 동구권 공산주의와 연루된 탓에, 우리나라 사회주의 운동은 비인간적인 것으로 낙인 찍힌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이유는 서구 사회주의의 희망찬 유산을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는 우리가 겪는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사회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런 사회주의를 보다 설득력 있는 생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우선 저는 사회주의를 오염시키고 있는 평등지상주의라는 종양을 도려내려 합니다. 사람은 기여와 비례하는 보상 체계를 사랑하고, 그런 보상 체계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생각은 폭넓게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자칭 사회주의자들은 통계에 나타나는 모든 격차를 사회구조적 차별로 규정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모든 격차는 사회적인 동시에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자칭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적인 면에만 주목합니다.

물론, 개인이 처한 고난에는 사회적인 책임도 있다는 생각은 로버트 오언 이래로 사회주의의 핵심 주장입니다. 다만, 사회주의자라고 해서 모든 고통의 원인을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 일할 수 있는데 일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주의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자라고 해서 관찰 가능한 모든 격차를 다 악으로 규정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자칭 사회주의자들의 평등 강박은 비교적 최근에 극심해진 이상 기류, 사회주의 전통의 극히 일부분일 뿐, 사회주의의 전부가 아닙니다.

"(베른슈타인)그는 사회적 부를 무차별적으로 나누어주는 후원국가 개념을 거부하였다. 그는 자신의 경제적 복지에 대한 개개인의 책임을 강조하였다. 그에게 그 자신의 경제적 복지에 대한 개개인의 책임을 없앤다는 개념은 철저하게 반사회주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 최영태, '베른슈타인의 민주적 사회주의론'

"사회주의의 적들, 생각 없는 수많은 사회주의의 벗들도 사회주의란 단지 계급적 불평등의 폐기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 평등주의라고 생각한다. 그처럼 무의미한 것을 마르크스나 엥겔스 또는 그 밖의 사회주의의 지도자는 결코 주장하지 않았다."
- 헤르만 헬러, '사회주의와 국민'

처음 사회주의자라고 불린 사람들은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자는 '다수의 행복을 위한 사회'를 원했습니다. 사회주의자가 보기에, 현대 산업사회는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이 아니라 소수의 경제적 이익에 봉사하는 시스템입니다. 토지나 자본을 가진 소수가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자의적으로 산업을 경영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자는 이런 과도한 개인주의, 자유방임주의를 거부했습니다. 사회주의자는 산업이 다수의 행복이라는 윤리적인 목적에 봉사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보다 윤리적인 산업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주의자는 산업사회를 목적 - 합리적으로 다시 조직하려 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의 핵심은 '산업사회 재조직'이었습니다.

그 조직 원리의 핵심은 '기여에 따른 분배', 다시 말해 '형평성'이었습니다. 생시몽과 푸리에, 밀과 웹 등 사회주의 사상가들은 모든 사람이 능력에 맞게 일하고, 사회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회주의자가 원한 평등은 모든 소득과 재산을 균등하게 나눠받을 권리의 평등이 아니라, 형평성 있게 대우받을 자격의 평등이었습니다.

이런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는 사적 소유가 초래한 계급 불평등을 폐지하거나 사회가 함께 소유하는 재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생시몽의 제자들은 상속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자본 경영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주의는 합리적입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다수의 행복에 어울리는 산업사회를 조직하는 것이 사회주의자의 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요즘 유행하는 평등지상주의는 또 다른 부조리일 뿐, 사회주의자가 추구할 만한 목표가 아닙니다. 이것이 제가 작년에 탐구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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