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은 논리적이다

그래서 문제다

by 이완

'사람은 감자다. 감자는 맛있다. 따라서 사람은 맛있다.'


이 주장은 논리적이다. 두 전제가 타당하게 결론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합리적인 사람은 이 주장을 믿지 않을 것이다. 논리적인 것과 합리적인 것, 논리적으로 타당하지만 불건전한 추론과 건전한 추론을 구분할 테니까.


논리, 정확히 말해서 '형식 논리'는 전제와 결론의 관계만 따진다. 전제가 과학적으로 사실인지, 윤리적으로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형식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명제들의 관계뿐이다. 그래서 형식 논리만으로는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면, 각 전제들이 사실인지, 전제를 검증할 수 있거나 믿어야 하는 마땅한 이유가 있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이 그저 논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주장을 믿어버린다. 음모론자가 대표적이다. 흔히 음모론을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여러 음모론을 뜯어보면 논리적으로 매우 타당할 때가 많다.


'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 나는 외계인을 봤다. 따라서 외계인은 실재한다.'


'민주당이 선관위의 개표 절차를 지적한 전한길을 고발했다. A가 B를 보호한다면 둘은 같은 편이다. 선관위를 비판한 사람을 고발하는 것은 선관위를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선관위는 한 편이다.'


'대구 사람은 매우 보수적이다. 개표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보수 표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대구의 사전투표에서 진보 표가 많이 나왔다. 따라서 사전투표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전제가 연역법에 따라 결론을 이끌어낸다. 만약 순수한 논리 관계, 즉 형식 논리만 따지는 '논리 괴물'이 있다면, 저 주장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버릴 것이다. 논리적이니까.


음모론자가 그 논리 괴물의 대표 사례다. 음모론자는 환각에 빠지거나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이 아닐 수 있다. 그저 형식 논리에 매몰된 사람일 수도 있다. 자신이 믿는 전제가 사실인지, 전제가 검증되는지, 다른 변수는 없는지, 정합성이나 유용성처럼 전제가 검증되지 않더라도 믿어야만 하는 마땅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음모론자는 충분히 따지지 않는다.


음모론자는 그저 형식 면에서 논리적인 것, 그중에서도 자신의 정치 성향이나 직관에 부합하는 것을 믿을 뿐이다. 그래서 음모론이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은 어찌보면 사실이 아니다. 추론 형식만 보면 논리적인 것도 있긴 하다. 비논리적이라는 비판을 들을수록 음모론자가 더 큰소리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광인은 이성을 잃은 사람이 아니다. 이성만 남기고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다."

- 길버트 체스터턴, 20세기 영국 소설가이자 가톨릭 변증론자


사실, '논리'는 원래 문제가 많은 도구다. 사람은 연역법과 귀납법 같은 여러 형식에 따라 추론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왜 논리적이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하면 순환 논리가 되어버린다. 왜 근거 있는 것을 믿어야 하는지 근거를 대는 순간 순환 논리에 빠진다. 다시 말해, 우리는 논리를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무엇보다, 논리적인 생각은 비논리적인 생각에 의존한다. 논리는 전제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절차다. 그 전제는 또 다른 결론이라서, 역시 뒷받침해 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제의 전제, 전제의 전제의 전제를 끝없이 따져묻다 보면, 더 이상 전제를 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논리의 출발선에는 논리로 증명할 수 없거나 증명되지 않은 믿음이 있다.


"논리는 어딘가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 출발점은 우리가 정당화 없이 가정한 어떤 진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공리라고 하며, 이것이 논리의 한계 중 하나다."

- 유지니아 쳉, 영국 수학자


논리는 완벽한 도구가 아니다. 단지 유용해서 버릴 수 없는 도구, 함부로 벗어나기 힘든 기본적 사고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음모론자도 논리에 집착한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논리 자체에만 집중하면 납득하기 힘든 결론에 닿게 된다. 어떤 편향을 가진 채로 논리에 빠진 사람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음모론자는 비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터널시야에 갇혀서 특정 논리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음모론의 원인은 가짜 뉴스가 아니라 사람 마음의 오작동이다. 따라서 음모론 확산을 예방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더 많은 정보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진정하고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당장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음모론자를 직접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음모론자가 얼마나 말이 안 통하고 추레한지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매력 없는 악당의 편에 서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감정이다.


출처.

1. Gilbert K. Chesterton, Orthodoxy, John Lane Company, 1908, 32p.

2. 유지니아 쳉, 논리의 기술, 김성훈 역, 열린책들, 2022.


Gemini로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