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을 지원하면 안 되는 이유

재정 쓸 곳은 따로 있다.

by 이완

창업 지원 정책은 대체로 돈 낭비다.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허영심 넘치는 사람에게 자본을 할당하는 반생시몽주의적 정책이다. 다소 비약하자면, 한정된 정부 재정으로 무슨무슨 심사위원과 사무실 건물주에게 용돈을 주는 일에 가깝다.

우리나라 기업 태반은 직원 열 명도 겨우 채용하는 소기업이다. 여러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이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높은 인건비와 대출 금리, 경제 전반의 구매력 감소 등 여러 높은 벽이 중소기업의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나라에 기업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작은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거나 겨우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침몰하는 배에 새로운 승객만 밀어넣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특히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계에 정부가 새 경쟁자를 들이민다면, 기존 자영업자는 어떻게 될까.

창업 지원 정책은 왜곡되고 과열된 경쟁을 방치한 채 새 경쟁자만 늘리고 있다. 이는 제대로 된 장비도 훈련도 없이 병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꼴이다. 그렇게 했을 때 창출되는 일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성장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뚜렷하지 않다.

정부 재정을 써야 할 곳은 따로 있다. 예술이나 번역, 기초 학문처럼 시장경제가 알아서 투자하지 않는 영역도 있다. 이런 영역에서는 정부가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공공이익을 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

아니면, 이미 자리잡은 중소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급해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김에 중단기 계약직 일자리라도 늘리는 편이 낫다. 그러면 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하고, 청년은 경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고숙련자인데 나이 때문에 외면받는 중년에게도 재취업 기회를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미 기업은행 같은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금융 공공기관이 벤처 투자자 역할도 맡고 있다. 그 성과도 상당하다. 차라리 이런 기관에 자본을 맡기고 성과를 창출하게 하는 편이 낫다. 실력을 입증한 공공기관의 금융인들을 놔두고, 정부가 또 다른 위원회나 심사 절차를 만들어서 창업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부 창업 지원은 중소기업의 위기나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과업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기 어려울 것이다. 창업 지원은 수많은 사람이 그냥 쉬었음 통계에 포함되거나 자살 문제를 겪고 있는데 탈모 치료를 지원하는 것과 같다.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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