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와 함께한 첫 여행이 여전히 생생하다. 19년도 여름이었다. 얼굴이 절로 구겨질 정도로 쨍쨍한 날 기차를 타고 대천역으로 향했다. 평일 대천은 한가로웠다.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양말을 벗고 모래 위에 발을 올려보았다. 어쩌다 뜨거운지 계속 서 있었다간 데일 것만 같았다. 끓어오르는 모래에 차마 포니를 내려놓을 수 없어서 한쪽 팔에 안고 파도치는 곳까지 달려갔다. 파도가 머물렀던 축축한 모래 위, 이 정도면 포니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내려주었다. 포니의 첫 바다였다. 질척이는 모래, 철썩이는 파도, 바다 비린내 그 앞에서 포니는 꼬리를 신나게 흔들기 시작했다. 이 강아지는 바다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한껏 들떴다. 한 오 분 정도 서 있었을까. 팔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뜨거운 공기가 코에 가득 찼다. 신난 강아지를 안고 밤에 다시 오자고 말해주었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강아지를 데리고 간 이상 식당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충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어디 가지, 밥은 먹을 수 있나 고민하는데 이럴 수가 식당가에선 환대의 잔치가 펼쳐졌다. 일렬로 늘어진 식당 앞에 한 분씩 나와 손짓을 하시는 게 아닌가. 강아지 예쁘다는 말씀과 함께 어서 오라고 하셨다.
한 곳을 선택! 덕분에 편하고 맛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숙소도 마찬가지였다. 당일치기를 생각하고 갔기 때문에 예약한 곳이 없었다. 시간도 늦고 아쉬워서 1박을 결심했다. 숙소를 잡기 위해 포니를 안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래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혹시 강아지가 있는데 괜찮을까요? 깨끗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내 조마조마한 마음이 무색해질 만큼 숙소 사장님께선 쿨하게 허락해 주셨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던 첫 여행이었다. 그렇게 숙소까지 잡고 다시 바닷가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 들고 바닷가에 돗자리를 폈다. 자리를 잡자마자 포니가 모래 속에 돌을 물고 왔다. 다시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멀리 던져 주니 양발을 쫙쫙 벌리며 달려갔다. 돌을 찾아오더니 내 앞에 자랑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렇게 신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날 밤 포니는 입에 모래 한가득 묻히고 오래도록 달렸다. 첫 바다 포니는 무엇을 보고 어떤 냄새를 맡았을까? 평소보다 열심히 냄새 맡고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면 강아지도 여행이란 걸 아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니 가끔씩 새로운 곳에 데려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오는 설렘은 강아지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