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도깨비를 때려 잡았다.

by 스케치

우리 가족이 단칸방에서 오손도손 모여 살던 때였다. 나는 엄마와 동화책을 읽다가 도깨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동화책 속 주인공이 뿔이 여기저기 솟아 있는 몽둥이를 든 도깨비를 보고 옷장 안에 숨었다. 옷장 밖에서 도깨비들이 이야기를 나눴고 주인공은 숨소리라도 들릴까 긴장한다. 이야기에서 도깨비가 무섭게 묘사되어 겁에 질렸다. 그러자 엄마는 생긋 웃으면서 아빠가 곧 오실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빠를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깜깜한 밤이 되어서 돌아왔다. 아마도 야근을 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왔을 것이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온 아빠를 보자마자 신발을 벗을 기회도 주지 않고 도깨비가 무섭다고 울먹이면서 말했다. 아빠는 문을 열자마자 도깨비 타령을 하는 아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을 테지만 아들을 위해서 남은 힘을 모두 쓰기로 했다. 아빠가 말했다.


"기다려! 아빠가 도깨비 혼내주고 올게!"


아빠가 씩씩하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더니 구둣발로 발길질하는 소리와 함께 기합소리가 들렸다. 단칸방 집에는 당시 나의 키로는 밖을 내다볼 수 없는 높이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그 창문 너머로 아빠의 기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고요한 밤 시간에 아빠의 기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렇게 얼마간 싸우는 듯한 소리가 나다가 조용해지더니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장은 모두 헝클어져 있었고 몸은 죽 늘어져있었다. 그리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자신의 꼴이 우스워서인지 웃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상상해 본다. 작은 창문 너머로 아빠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그리고 그날이 아빠에게 얼마나 힘든 날이었을지. 아들에게 강한 아빠이고 싶었던 젊은 아빠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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