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태어나서 작은 단칸방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던 때였다. 아마도 엄마는 동생을 낳고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엄마는 유독 말이 없었고 무표정이었다.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첫째인 나를 낳고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할 만큼 키워냈으면서도 둘째의 출산 이후에 찾아온 몸과 마음의 변화와 감정의 추락을 막을 수가 없었나 보다.
그날 엄마는 책상을 옆에 두고 팔걸이가 없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방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삼각형, 사각형 조각을 이어 붙여 입체 도형을 만들 수 있는 장난감이었다. 엄마는 한참 동안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엄마는 나를 보고 있었건지 아니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매몰되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다. 방 안에은 조용했고 장난감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나는 한참을 꼼지락 거리면서 나를 보고 있는 엄마의 우울한 감정을 함께 느꼈다. 기운이 빠졌다. 나는 엄마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싶어서 장난감으로 삼각뿔 입체도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봐, 내가 만들었어!"
그러자 엄마는 나를 보며 웃는 건지 찡그린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잘했어...,'라고만 말했다. 엄마가 웃지 않았다. 엄마를 올려다보며 치켜들었던 팔을 털썩 떨어뜨리고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엄마는 자신의 우울한 감정 때문에 나 역시도 슬퍼하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엄마의 다음 표정은 어땠을까? 그날의 마지막 기억은 엄마와 내가 작은 방에서 함께 고개를 떨구고 슬퍼하는 모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