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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혼유여행6

사랑을 싣고

by nara

들어갔을땐 눈밖에 안보여서 그곳이 렌탈차량가게였는지도 몰랐다. 차가 안보일정도로 눈이 어마어마하게 덮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직원들보다도 먼저 도착했지만 이내 직원들이 하나둘씩 오셨다. 프란츠가 우리 무리의 완전한 리더였다.



2023년 12월의 여행일지를 2024년 1월 말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위의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그만두었었다.

평소에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가졌던 각오가 눈녹듯 사라졌다. 그러다 2025년이 되어 몇일전,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오신 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옛날 배낭여행이 생각나서 말하게 되었다. 지인께서 이 내용이 너무 재밌는데 그냥 묵혀두기엔 아깝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작가의 서랍에 보관하던 옛날 브런치 글을 오랜만에 꺼내보게되었다. 세상에나..!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있나. 너무도 많은 기억이 휘발되어 사라져있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가졌었구나,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과거의 나를, 어색하게 지켜보는 제3자가 된 입장이다. 더 인내심을 갖고 글쓰기에 몰입할 걸. 너무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많이 휘발된 상태지만..ㅠ 지금이라도 기록하고자 다시 작성해본다. 그리고 이번엔 서랍 속이 아닌, 글을 발행함으로서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영어를 할 줄 모르고 핸드폰 배터리는 20퍼센트밖에 없어서 수시로 꺼두었으며 나와 같이 동행해준 외국인들은 모두 남자분들이었다. 무섭지 않았냐고 물어보셨지만 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럴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왠지모르게 그 아저씨들에게 따뜻함을 느꼈다. 그들도 상황이 동병상련이었고 동양인 여자애를 불쌍한 꼬마로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내가 결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내 편이 되어준 현지인이 있으니까 다 풀릴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렌탈차량을 빌리는건 쉽지 않았었다. 처음엔 원래 오래걸리는가보다 싶었지만..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계속해서 프란츠가 말로 설득에 설득을 하고 그가 한 말 중엔 " 멀리서 온 코리아인이 있어~! 그러니까 우린 가야 해!" 그런 얘기소리도 들렀다.ㅋㅋ 동료들과 나는 앉을 곳이 없어서 계단에 힘없이 쭈그려 않아서 그의 뒷모습만 지켜볼 따름이었다. 조그마한 하리보 젤리를 한사람씩 나눠주었는데 아저씨 동료들은 나먹으라고 주셨다. 바깥의 우릴 힘들게 한 예쁜 눈을 보고는 왠지 눈을 뭉쳐서 던져보고 싶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이같다고 말씀하셨다. 2시간쯤? 3시간은 안되서 그들 중 한분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렌탈차량이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고,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이다. 다행히 그가 이런 말을 한지 얼마 안되서 회사에서 렌탈차 하나를 승낙해주었다. 우리 모두가 아주 아주 행복한 미소를 띄며 차에 탑승했다. 모두들 패딩을 벗어서 트렁크에 실었다. 나에게도 패딩을 트렁크에 넣을건지 물어보셨는데 괜찮다고 말했다. 프란츠는 룸미러로 내 표정이 어떤지 계속 살펴보는 거 같았다. 그렇게 신경 안쓰셔도 되는데.. 그렇게 신경 많이 쓰이니까 날 도와주시는 거겠지..^^ 차는 마을을 벗어나서 고속도로로 빠졌고 또 바깥의 풍경은 한국과 매우 달라서 신기했다. 렌탈차는 현대차였다. 그건 좋았다.^^ 프란츠가 팝송을 틀어주었는데.. bts노래 틀어달라고 할걸 그랬다. 한국은 굴곡도 있고 보이는 데마다 둥근 산들이 많은데 이곳의 지형은 항상 평평하다. 그러다가 대뜸 도로 옆에 거대한 풍차들이 돌아가는 걸 목격하기도 했는데. 날씨는 뿌연 안개 속에 쌓여있어서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비스러웠다. 사실 이곳에 온 직후부터 쭈욱 신비스러움이 가득했다. 새로운 풍경, 내가 모르는 말들, 낯선 생김새,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 누구나 매혹되어서 해외에 살고 싶다는 로망을 꿈꾸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떠나기 전에 프란츠는 지도 어플을 보여주면서 내가 가야될 곳, 뒤셀도르프까지 무려 9시간! 걸린다고 말했었다. 자기 차는 프랑크프루트 공항에 주차되어있기 때문에 이 렌탈차로 프랑크푸르트에 갔다가 자기 차로 갈아타고 뒤셀도르프로 가는 거였다. 그 와중에 눈길이니 실시간 9시간 걸리는 걸 네비로 동료들과 함께 확인했다. 서로 바꿔서 운전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처음부터 끝까지 밥도 안먹고 프란츠 혼자 운전했다. 무척이나 힘들었을텐데...ㅠㅜ 그 와중에 이 불쌍한 사람들을 한명씩 내려다주고..그는 정말 천사다. 천사인 이유는 그의 세세한 매너가 정말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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