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 쓰는 공대생 Jun 13. 2019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지금 쓰는 소설을 완성하는 데 무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티븐 킹은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소설가다. 캐리, 미저리, 미스트 등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세계적 스타 작가의 창작론은 역시나 그의 작품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지 알려주었다.(분명히 소설 쓰는 법을 알려주는 작법서 비슷한데 재미까지 있다!)



이 책의 초반부는 스티븐 킹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다. 스티븐 킹의 글 실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스티븐 킹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지만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꽤 많이 들어있다. 완성본 = 초고 -10% 라는 공식이나 첫 장편 캐리를 쓰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들, 작품의 인물들을 구성하는 방법 등등. 무엇보다 일단 재미있다.(사실 필자는 논문 같은 정보를 전하는 글이 아닌 이상 독자를 끌어들이는 재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작법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의 애피타이저로는 제격이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 본격적인 소설 창작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티븐 킹은 그것들을 글 쓰는 데 필요한 연장으로 비유한다. 어휘력과 문법이 바로 그것인데 적어도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어휘와 문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사실 문장이 길어질수록 완벽하게 어휘와 문법을 맞춰서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문장이 길면 길수록 비문이 많아지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이렇게 조언한다.



1. 문장을 짧게 써라.(필요한 내용은 넣되 불필요한 내용은 전부 빼고 간결하게 쓰라는 뜻이다.)


2. 어려운 단어는 지양하라.


3. 문단을 호흡에 맞게 끊어라.



우리가 전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필자가 이 챕터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부분이 있는데 바로 대부분의 부사가 사실은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위협적으로 소리쳤다.'라는 문장을 보자. 위협적으로 라는 말이 꼭 필요할까? 이 문장 전후의 맥락과 내용이 제대로 서술되어 있다면 독자들은 '그녀가 소리쳤다'라는 문장만으로 그녀가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소리쳤을지를 이미 스스로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적절한 곳에서 적확하게 사용되는 부사가 아닌 이상 부사란 작가가 자신이 설명하고 싶은 걸 독자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구구절절 설명하기 위해 덧붙이는,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를 나타내는 단어일 뿐이다. 그 부분을 읽고 나서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서 부사 하나하나가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지워 버렸다.(필자가 쓴 글에서도 대부분의 부사가 사실 필요 없었다.)



그 뒤에도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인물의 성격에 맞는 대화를 써라 등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조언 두 가지만 쓰도록 하겠다.



첫 번째,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그녀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와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곳을 쳐다보며 아니야, 아니야 하고 중얼거리더니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녀의 정신적 불안정함과 위태로움을 독자가 쉽게 느낄 수 있는 문장은 둘 중 어느 것일까? 단연 후자일 것이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적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설명만 이어지는 글과 장면을 그대로 독자의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 글. 누구나 후자를 읽고 싶어 할 것이다.



두 번째,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지 말라. 스티븐 킹은 주제란 자신이 쓰고 싶은 내용을 글로 쓰다 보면 자연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도 그 말에 동의한다. 사실 소설이란 자신이 쓰고 싶은 가상의 내용을 글로 쓰는 것인데 그 글에 주제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꼭 모든 소설이 중대하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깨달음을 가진 주제를 내포하고 있어야 될까? 그냥 글 쓰는 사람 본인이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독자가 그 글을 재미있게 읽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물론 글도 재미있고 주제도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적어도 주제를 먼저 정하고 그로부터 애써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말라는 조언이다.(주제를 먼저 정하고 거기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주제에 억지로 끼워 맞춘, 어색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실제로 위의 내용들을 적용해 보니 전보다 훨씬 깔끔하고 보기 좋은 글이 탄생했다.(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문학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 독자들은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일단 웬만한 소설 뺨치게 재미있으니 적어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하나의 눈송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