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이미지와 이익을 위해 상대 앞에서 가면을 쓰고 연기할 수 있는 사람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 서로를 기만하면서도 누구도 상처 받지 않고 심지어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사이에 섞여 살아갈 수밖에 없던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요조는 도통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영원히 그들 틈에 섞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는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위선과 기만을 자신의 마음은 도저히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어린 요조는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익살꾼이자 광대의 위치를 자처하며 살아간다. 서로를 속이면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인간들 틈에서 사람을 속인다는 행위 자체를 죄악처럼 느끼던 어린 요조는 사람을 속이는 대신 그들에게 기쁨을 줌으로써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숨길 수 있는 위치를 찾아낸 것이다. 요조는 성장하면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존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찾을 때마다 자신의 가면을 벗으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인간의 더러운 면에 번번이 배신당하고 몇 번의 자살을 기도하다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온전한 인간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한 자. 인간 실격이 된 것이다. 정신병원에 갇힌 요조가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라는 말을 남기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에는 주인공의 행동이 나의 사고방식과는 너무나 달랐고 그저 아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뒤로 가면 갈수록 이 소설은 그냥 나약한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진정한 인간의 자격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뇌하며 인간답지 못한 인간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인간답지 못한 인간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인간 실격이라는 딱지가 붙은 한 사람을 통해 과연 인간의 자격은 무엇인가 라고 묻고 있는 처절한 외침이었다.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과 타협하는 것이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더라도 고개를 숙여야 할 때가 있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앞에서는 연신 칭찬을 해대다 뒤에서 몰래 나쁜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눈 딱 감고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자신의 안위와 명성, 생계를 위해서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 요조는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러한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더 인간다운 사람이다. 그러나 너무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의 그는 적당히 더러움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한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익살꾼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호감을 사더라도 결국 자신의 내면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가면을 쓴 자신의 모습조차 경멸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깨끗한 내면을 지닌 사람이 인간 사회에서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가면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란.
인간의 자격이란 무엇일까. 위선? 기만? 거짓?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러한 단어들보다는 정직함, 순수함, 깨끗함이 먼저 튀어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인간다운 자격을 갖춘 요조는 인간의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수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다 그들에 의해 인간 실격 낙인이 찍히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자신의 마음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과 달리 그것이 불가능했던 그는 결국 가장 인간다운 인간 실격자가 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인간이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무엇인가를 한 인간다운 남자의 일생을 통해 묻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의 내용이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삶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간다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작가 자신일지도 모를 요조의 인생이 당신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