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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공대생 Sep 14. 2019

시간을 파는 상점

'시간을 파는 상점' / 김선영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제목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 제목 하나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과연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까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모르고 읽기 시작했지만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었는데 필자가 항상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왠지 모르게 청소년 문학에는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이 소설도 필자가 처음 상상했던 방향과는 달랐지만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때에는 가슴 한쪽이 따뜻해졌다.


주인공 백온조는 소방관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둘이 살아가고 있다. 고등학생인 온조는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아르바이트생이 받는 시급에 대해 생각하던 온조는 아예 자신의 시간을 파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열게 된다. 온조 자신의 시간을 이용해 의뢰자가 원하는 부탁을 들어주는 상점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1. 자신의 능력 이상은 거절할 것.

2. 옳지 않은 일은 절대 접수하지 않을 것.

3. 의뢰인에게 마음이든 뭐든 조금의 위로라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할 것.

4. 무엇보다 시간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것.


이상의 네 가지 원칙을 가지고 시간을 파는 상점은 운영하게 된 온조는 여러 의뢰자들의 부탁을 받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며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점점 깊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악플, 주변인의 시선, 이것이 도덕적으로 맞는 일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의문 등 여러 가지가 겹치며 상점의 운영에 위기를 겪게 되는 온조가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사실 필자가 처음 생각했던 소설의 내용은 실제로 시간을 파는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내용이었다. 누군가가 바꾸고 싶은 과거의 시간을 다시 팔거나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추가적인 시간을 팔거나 하는 상점의 이야기를 생각했다.(물론 거기에는 대가가 따를 테고 그 대가가 소설의 주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바탕을 둔 소설이었다. 주인공 온조가 직접 자신의 시간을 팔아 의뢰인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니기도 한 이야기를 가지고 이 소설은 시간이라는 심오한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이란 건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하루에 24시간 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에게 시간의 가치는 같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닌 사람이 있고 24시간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24시간이 차고 넘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혜지라는 아이를 보면 엄마와 아빠의 실에 묶여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동화를 쓰고 싶지만 결사반대하는 부모님 밑에서 하기 싫은 공부를 하루 종일 해야 하는 그 아이는 부모님의 감시 아래 친구도 본인 마음대로 만들지 못한다. 그런 아이에게 시간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쓰지 못하는 아이에게 시간이란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이다. 현대의 청소년들 중에는 그런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본인에게 쓰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시간을 올바로 쓰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 부모님과 어른들의 의무가 아닐까.


강토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는 시간이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혼자 쓸쓸하게 돌아가신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찾아뵙지도 않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유학 비용을 돌려내라는 소송을 청구한 할아버지. 그 사이에서 어린 강토는 씻지 못할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끼리 서로 칼을 들이대는 상황이란 끔찍할 테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쓰라릴 것만 같던 상처도 아물어 가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간의 날 선 감정도 서서히 무뎌져 간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고 다시 얼굴을 마주 보기 위해서는.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통한 치유를 겪어보았을 것이다. 정말 다시는 얼굴도 보고 싶지 않던 가족이나 친구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이 옅어지듯이 시간이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따뜻한 소설이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통통 튀고 시간에 대해 인물들의 입을 통해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시간이란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만든다. 특히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독자들의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 하고 이는 저절로 독자들의 시간을 과거로 되감아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만든다. 삶이 조금 버거울 때 읽어보면 좋은 소설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시간이 필요하겠지. 내게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강토에게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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