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예찬

그 홀가분함에 중독되어 보세요.

by 응달


오늘은 금요일. 고단했던 평일을 마무리 짓는 날이다. 나는 매주 금요일이면 혼자서 주말을 맞이하는 저녁을 정성 다해 준비한다. 주말 동안은 밖으로 나갈 일이 없을 테니 퇴근길에 장을 잔뜩 봐서 음식을 축적해두고, 저녁을 먹으며 어떤 영화 혹은 예능을 볼지 신중히 선정하는데 어쩐지 나혼자 산다를 볼때가 많다.


오래 혼자 시간을 보내오다 보니 내가 상상하는 미래에는 당연하게도 나 혼자 뿐이다.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기대하고 상상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귀찮고 부담되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주말에는 거의 외출 할 일을 만들지 않지만, 어쩌다 햇살이 맘에들면 산책을 하고 서점이나 영화관에 가고 싶어지는 순간엔 후딱 움직이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때에 지금 어딜 가볼까? 하고 바로 움직이는 그 경쾌함과 가벼움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어딜 간다고 말하는 의미는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어떤 목적지에 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매번 '누구랑 가?' 하는 질문이 따라오는데, 이 질문은 어떤 행동의 기본은 타인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계속 주입시키는 것만 같다.


상대방이 지루해 하는 장르의 영화일까 봐 고민할 필요가 없고 끼니를 거르고 싶을 땐 거르거나 연속으로 두 끼를 먹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 대화에 장단을 맞출 필요도 없고 무척 예의 없어 보이는 무표정으로 몇 시간을 보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절친한 친구나 애인이라면 피곤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온전한 나에게 전부 맞출 수는 없다. 혼자 보내는 시간만이 나의 취향과 기분을 완전하게 헤아려 편안하게 해주고, 개성을 우려주어 나의 색과 향이 짖어지게 된다.


오늘은 금요일. 퇴근 후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김씨네 표류기'에 나왔던 정려원처럼 내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고립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직장동료가 저녁식사를 제안해서 자의적 고립 시간이 잠깐 늦춰지게 되었다. 물론 타인과 함께 하는 것도 소중하고 즐거운 순간이라는 걸 알지만 어쩐지 내 시간이 뺏긴 것 같아 아쉽다면 너무 혼자에 익숙해진 걸까?


이러나저러나 금요일의 퇴근시간은 간절히 기다려질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배려없는 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