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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박 Sep 18. 2022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토스 2차 면접 후기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교를 위해 달렸고, 대학교 때는 좋은 성적, 좋은 일자리를 위해 달렸습니다. 당장 다음 스텝에 대한 걱정만 앞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는 이 일을 왜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결과는 근래 탈로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 될지 모른 채, 좋아 보이는 회사에 마구잡이로 지원서를 썼고, 자소서 지원동기란에는 속이 텅 빈 말들만 적어냈습니다.


전 일의 동기는 당연하게 늘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 벌기 위해서 일하는 거 아닌가? 돈이 있어야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취미도 하고, 주말에 친구들도 만나고… 저에게 있어 중요한 ‘성장'이라는 가치도 이 업계에서 계속해서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엔프피 친구들의 ‘나는 사회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어'같은 이상적인 얘기들을 들을 때면 지나치게 낭만적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한 회사의 면접을 보며 ‘내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 전보다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 저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질문들에 말문이 막혔습니다(돈 때문이요라고 말할 수는 차마 없어서…).


면접 이후로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돈이 이유라면, 세상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왜 나는 굳이 이 일로 돈을 벌고 있는가.


제 기억을 따라 올라가 보니 거기에는 인생 첫 해커톤 그리고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느꼈던 성취감이라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럼 나는 왜 이 일에서 성취감을 느낄까? 이 일의 어떤 점에서 성취감을 느낄까? 내가 생각하는 성취감이 뭐길래? 얼핏 보면 성취감이라는 답을 찾은 것 같지만, 다시 면접을 본다고 해도 ‘성취감’이라는 답변 뒤에 뒤따라올 질문들에 대답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

내 커리어의 원동력은 뭘까?


스스로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저의 업무 원동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왜 일을 하는지 모르고, 그 목표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 프로젝트를 마구잡이 식으로 했고, 결국 왜 이런 활동을 했냐는 질문을 들었을 땐 명확히 대답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만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돈’이라면, 나에게 더 큰 ‘돈'이 주어질 때 나는 그것에 따라 언제든 움직일 것입니다. 혹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경쟁심이라면 외부에 나의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없을 때 나는 멈추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언제든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약해질 수 있는 불안한 원동력 대신, 상황과 관계없이 나를 뒷받침해줄 흔들리지 않는 원동력을 저의 내면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내가 왜 일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면 나에게 성취감을 주는 일이 무엇인지 말로 똑똑히 표현할 수 있고, 내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때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기업이 지원자의 지원동기를 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원자와 기업의 가치관이 상응할 때 개인과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하니까요.

사이먼 사이넥의 골드 서클




우리 모두는 돈이 아닌, 각자의 ‘왜'를 갖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커리어를 선택할 때는 금전적인 혜택 같은 정량화된 가치도 작용할 수 있지만, 감성적인 측면도 크게 분명히 작용합니다. 두 개의 같은 조건의 일자리여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감성적으로 더 끌리는 일자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듯 인간은 완벽히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겪는 일들 대부분은 이성보다는 직관이나 감정에 의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감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말로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나는 포도보다는 딸기 맛을 더 좋아해! 왜? …. 그냥 그게 더 맛있어서…..).

사이먼 사이넥의 골드 서클과 인간의 뇌구조 3단계와 유사합니다.


왜 우리는 우리의 감정의 근거를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울까요?


대뇌피질(무엇은)은 뇌에서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책임지는 부분으로, 사실 관계와 숫자, 사양, 혜택 등을 이해하는 영역입니다. 또 언어 능력도 다루고 있습니다.


변연계(왜, 어떻게)는 우리의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부분입니다. 신뢰나 성취감 같은 감정도 모두 변연계가 책임집니다. 그러나 대뇌피질과는 달리 변연계에는 언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변연계는 흔히 말하는 ‘직감'의 출처이기도 합니다. 직감은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느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촉'같은 감정이기도 하죠.


말하자면 우리가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고 성취를 발견하는 것에는 감정이 많이 좌지우지하게 되는데, 우리의 감정은 변연계가 작용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느낀 감정에 대한 근거를 말로 명확하기 표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왜'를 아는 것은 내 감정의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고,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우리가 일을 하는지 알게 되는 것을 통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의도한 대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에게도 분명히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1. 나에게 의미 있는 사건들을 가능한 자세히 떠올리고 수집하자

과거의 의미 있는 사건들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토대입니다. 때문에 여기서부터 ‘왜' 찾기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자소서를 쓰기 위해 글감을 떠올리는 일과 비슷합니다.


2. 사건들 안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테마를 발견해 보자

나에게 의미 있는 사건들에게서 공통점이나 패턴을 발견합니다. 아래는 제가 발견한 저의 테마들입니다.

주변에서 영감을 받는다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내가 잘하는 일을 좋아한다


3. ‘왜' 선언문 초안 작성하기

저는 위에서 발견한 테마를 보며 저는 누군가를 도울 때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임을 깨달았고(!!!), 거기에서 제가 왜 이 일(UX design)을 하는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저는 증기 기관의 발명이 산업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들의 삶을 기술로써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에 제가 작지만 기여를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습니다.



제가 왜 일을 좋아하는지 명확하게 하고 나니, 현재 회사에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채우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와 가치관이 맞고 내 비전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어떤 기회인지 분명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면접관이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면,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을 때의 스트레스가 커서 단기적인 목표만 세운다고 말했습니다. 멀고, 어떻게 보면 허황돼 보이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대신 지금 나 자신에게서 보이는 단점들을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내게 부족한 점들을 빠르게 보완해 나가기에는 좋았지만, 내가 왜 그렇게 빠르네 나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저렇게 높은 목표 혹은 꿈을 세웠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할지, 혹시 내가 터무니없는 목표를 세웠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의 목표를 비웃진 않을지. 어떻게 보면 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돈이 아닌 저의 비전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그리고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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