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2차 면접 후기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교를 위해 달렸고, 대학교 때는 좋은 성적, 좋은 일자리를 위해 달렸습니다. 당장 다음 스텝에 대한 걱정만 앞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는 이 일을 왜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결과는 근래 탈로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 될지 모른 채, 좋아 보이는 회사에 마구잡이로 지원서를 썼고, 자소서 지원동기란에는 속이 텅 빈 말들만 적어냈습니다.
전 일의 동기는 당연하게 늘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 벌기 위해서 일하는 거 아닌가? 돈이 있어야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취미도 하고, 주말에 친구들도 만나고… 저에게 있어 중요한 ‘성장'이라는 가치도 이 업계에서 계속해서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엔프피 친구들의 ‘나는 사회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어'같은 이상적인 얘기들을 들을 때면 지나치게 낭만적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한 회사의 면접을 보며 ‘내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해 전보다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왜 이 일을 하는지 저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질문들에 말문이 막혔습니다(돈 때문이요라고 말할 수는 차마 없어서…).
면접 이후로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돈이 이유라면, 세상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왜 나는 굳이 이 일로 돈을 벌고 있는가.
제 기억을 따라 올라가 보니 거기에는 인생 첫 해커톤 그리고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느꼈던 성취감이라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럼 나는 왜 이 일에서 성취감을 느낄까? 이 일의 어떤 점에서 성취감을 느낄까? 내가 생각하는 성취감이 뭐길래? 얼핏 보면 성취감이라는 답을 찾은 것 같지만, 다시 면접을 본다고 해도 ‘성취감’이라는 답변 뒤에 뒤따라올 질문들에 대답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스스로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저의 업무 원동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 왜 일을 하는지 모르고, 그 목표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 프로젝트를 마구잡이 식으로 했고, 결국 왜 이런 활동을 했냐는 질문을 들었을 땐 명확히 대답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만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돈’이라면, 나에게 더 큰 ‘돈'이 주어질 때 나는 그것에 따라 언제든 움직일 것입니다. 혹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경쟁심이라면 외부에 나의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없을 때 나는 멈추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언제든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약해질 수 있는 불안한 원동력 대신, 상황/배경과 관계없이 나를 뒷받침해줄 흔들리지 않는 원동력을 저의 내면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잘"만 생각했던 저에게 갑자기 "왜"를 생각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물음과 맞닿아 있는 직관적인 제목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내가 왜 일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면 나에게 성취감을 주는 일이 무엇인지 말로 똑똑히 표현할 수 있고, 내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때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기업이 지원자의 지원동기를 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원자와 기업의 가치관이 상응할 때 개인과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하니까요. 사이먼 사이넥은 개인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변을 내리는 방법론으로 "골드 서클"이라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왜'는 나의 목적, 대의, 또는 신념으로서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추진력이다.
‘어떻게’는 우리가 자연스러운 최고의 모습이 되어 ‘왜'를 실천할 때 취하는 행동이다.
‘무엇을'은 ‘왜'가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으로서, 우리가 매일 실제로 하는 일이다.
‘왜'는 나에 대한 일종의 기원 설화입니다. 수없이 널려 있는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가운데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면, ‘나'라는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왜' 발견 과정의 첫 단계는 과거를 돌아보며 의미 있는 실마리를 찾는 일입니다.
지금의 내가 완성되는데 정말로 큰 영향을 끼친, 내 인생 속 구체적 경험이나 인물들을 떠올려봅시다.
나의 ‘왜'를 밝혀내려면 중요한 순간, 뚜렷한 기억들을 소환해 연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스토리 수집 단계'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의미 있는 사건들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토대가 됩니다. 이 과정은 마치 자소서를 쓰기 위해 글감을 떠올리는 일과 비슷합니다.
나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을 풀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과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또 여러 인물들의 심리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열린 결말의 영화나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상상하고 파고들어가며 분석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 나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즐기고 좋아한다 > 때문에 고민과 생각이 많이 요구되는 UX를 하는 것에서 나는 즐거움을 느낀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봉사나 기부같은 활동을 많이 했고, 뉴스 사회면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노숙인의 자립을 위한 단체를 위해 디자인 재능 기부를 할 정도로 내 능력이 유의미하게 쓰이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사건들에게서 공통점이나 패턴을 발견합니다. 아래는 제가 발견한 저의 테마들입니다.
분명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한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다
이제 위에서 발견한 테마를 조합해서 '왜' 선언문을 작성해 봅니다. 저는 위에서 발견한 테마를 보며 저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행복한 사람임을 깨달았고, 거기에서 제가 왜 이 일(UX design)을 하는지 조금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저말을 이제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저는 제가 사람들에게 에너지나 영감을 받는 것 처럼, 제가 가진 능력이나 노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동료, 혹은 내가 만든 제품을 이용하는 유저들)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 행복한 사람입니다.
위에서 보셨듯 골든 서클은 3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이 역시 아까 수집했던 테마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분명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을 넘어 그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들이 필요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명확히 해야합니다.
�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한다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만족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잘, 그리고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다 >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내 주변의 동료들, 내 제품을 써줄 고객들과의 소통에 힘써야 합니다.
어떻게를 고민하고 보면 자연스럽게 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알게됩니다.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를 그 필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분명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을 넘어 그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들이 필요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명확히 해야합니다. > 비즈니스가 풀고자 하는 명확한 문제가 있는지
�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한다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만족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잘, 그리고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 "회사"가 필요한게 아닌, 고객이 필요한 것을 위해 일하는지
�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다 >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내 주변의 동료들, 내 제품을 써줄 고객들과의 소통에 힘써야 합니다. >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는지, 내게 영감을 줄 고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지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내가 속한 환경은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모습이나 태도는 내가 책임질 수 있고 바꿀 수 있습니다. '왜'를 발견한 내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일을 하는 이유, 그리고 그 일을 대하는 태도"를 가슴에 새기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의 ‘왜'를 고민하고 실천해보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노력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그 후에 내 가치관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왜(원동력 혹은 가치관)'와 더 잘 맞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도 있고, 지금 있는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더 최선을 다해 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늘 나의 가치관에 나의 영점을 두고 ‘왜'를 향해서 가는 것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면접관이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면,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을 때의 스트레스가 커서 단기적인 목표만 세운다고 말했습니다. 멀고, 어떻게 보면 허황돼 보이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대신 지금 나 자신에게서 보이는 단점들을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내게 부족한 점들을 빠르게 보완해 나가기에는 좋았지만, 제가 왜 그렇게 빠르게 나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저렇게 높은 목표 혹은 꿈을 세웠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할지, 혹시 내가 터무니없는 목표를 세웠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의 목표를 비웃진 않을지. 어떻게 보면 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돈이 아닌 저의 비전을 따라가 보아야겠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 혹은 생각을 해보셨던 분들은 조금 거창하게 느껴질수도 있고,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을 따라 하나하나 나의 생각을 풀어나가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명확한 해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중요한 고민인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나 힌트를 얻게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고민하는 우리 파이팅!
(22년에 작성하고 발행했으며, 25년에 한번 더 다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