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2015년 8월)
울릉도 여행 첫날.
아빠 강릉에서 일출 보는 건 어때요?
아들 녀석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맞아. 내가 바다에서 일출을 본 게 언제더라?'
새벽 1시, 주섬주섬 짐과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서 집을 나선다.
이른 시각 고속도로를 달리는 많은 차들로 일부 구간이 지체 상태다.
'역시 휴가철이 맞구나'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선 차들의 행렬이 밤을 낮처럼 환히 밝히고 있다.
서울에 산지 15년이 넘도록 참 적응이 힘든 것이 교통문제다.
명절 때 고향 갈 때도 귀성할 때도 언제나 차, 그 차들의 행렬로 많은 시간을 길 위에 허비하곤 했다.
나이가 제법 들어 여기저기 쑤시고 고장이 빈번한 나의 애마를 타고 동으로 동으로 새벽을 달려서 4시 30분 강릉 바다에 닿았다.
오랜 운전으로 몽롱한 머리가 바닷바람에 맑아진다.
강릉항에서 일출시간인 5시 30분경 까지 1시간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밤새 운전으로 피곤할 것 같은데 잠은 오지 않고 머리는 맑아지고 또렷해진다.
잠든 가족들을 깨워서 다리 위에 올라 먼 바다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흐릿한 바다에 아이들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남는다.
해 뜨기를 기다렸지만 구름 낀 하늘은 일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붉게 번져오는 햇빛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일출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면 정말 실망했을 거다.
울릉도는 날씨가 맑다고 하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새벽이 주는 빛의 단조로움과 선의 단순함 그리고 흑백톤의 풍경이 좋다.
새벽을 달려 만난 강릉의 바다는 화려한 일출도, 아름다운 빛도 없지만 실루엣이 남긴 조용하고 잠잠한 풍경이 내내 가슴에 남는다.
화려함이 주는 멋보다 은은하게 번져오는 먹빛이 좋다.
복잡했던 생각의 색상들도 단순하게 먹빛으로 물들어 많이 비우고 돌아가는 여행이 되기를 바래본다.
아침을 먹고 바다를 걷는다.
인생이 파도 같아서 잔잔할 때도 있고 성난 파도 같을 때도 있지만 지금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기를, 더 아끼고 섬겨주기를 바래본다.
둘이 바라보는 바다에는 꿈이 파도가 되어 다가온다.
그 꿈을 이루기까지 힘들고 어려운 고난들이 많겠지만 파도를 넘고 태풍을 지나 고요한 바다 위에 서는 그날까지 힘차게 달리고 뛰고 날아오르기를 기대한다.
[2015년 8월 1일 - 여행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