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강릉항에서 울릉도행 배를 기다리다.

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2015년 8월)

by 김남웅


북어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뱃시간까지 기다린다.

제법 많은 사람들 틈에서 편히 쉴 곳을 찾다 보니 2층 할리스 커피 입구의 마룻바닥이 눈에 띈다.

해도 구름에 가려있고 다른 사람도 없고 2층 위치라 많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서 신발을 고이 벗어두고 약간 높은 턱에 머리를 눕히고 잠시 누워있노라니 밤새 달려온 피곤함이 밀려온다.

아들 녀석의 기타 소리가 시원한 바닷바람에 실려 잠을 부른다.

정신이 몽롱하고 눈꺼풀이 덮인다.

잠이 맛있다.

강릉항 마루에 누우니 영락없는 거지다 - 아들의 말




한 시간 여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아내가 쳐다보며 웃다가 이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댄다.

내 꼴이 영락없는 노숙자란다.

기름끼 흐르는 덥수룩한 머리
부스스한 얼굴
거뭇거뭇 지저분한 수염
눈곱도 여기저기

사람 같지만 사람이 아닌 게 분명하다.

칼날이 되어 수없이 쏟아졌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얼굴을 만져보니 철판처럼 딱딱하다.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수 있다면 '싫~~~다' - 마눌 왈




기타를 들고 문득 생각나는 노래를 부른다.

서유석의 '그림자'


그림자 내 모습은 거리를 헤메인다

그림자 내 영혼은 허공에 흩어지네
어둠이 내리는 길목에 서성이며
불 켜진 창들을 바라보면서
아~~아~~ 외로운 나~ 달랠 길 없네

그림자 내 이름은 하얀 그림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겠단다' - 아들 왈



노랫소리는 들어줄 만 한데 그 모습이 처량하다.

지나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아들 녀석이 천 원을 들어서 내 모자에 넣는다.
동정의 눈빛으로 거지에게 적선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내가 아니라 나 그대로의 나를 즐기는 것이 얼마만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남의 시선을 인식하지 않고 한 것이 얼마만인가.

자유 아닌 자유를 오랜만에 즐겼다.

'아빠를 보면 누구든지 적선을 하고 싶단다' - 아들 왈




집사람의 핀잔이 귓가를 때린다.

본인이 창피하단다.

내가 뭐가 좋아서 지금까지 같이 살았는지 모르겠단다.

말이 화살이 되어 내 마음을 찌르기 전

바로 수건 들고 면도기 들고 세수하러 갔다.


'지금 그 모습이 챙피하지도 않느냐' - 마눌 왈


강릉항에서 또 한편의 추억을 쌓았다.

아들에게도 마눌에게도 나에게도 쉼표로 다가왔다.

행복하다.

멀리 배를 타는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울릉도! 드디어 가는구나'


'이번 여행도 즐겁고 행복하게' - 아들 왈



[2015년 8월 1일 - 여행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