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행남등대에 오르다

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2015년 8월)

by 김남웅


해안로 왼편으로 행남등대로 향한다.

하늘을 찌르는 거목이 좌우로 늘어서고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이 나를 반기는 곳.
산길을 올라 만날 등대와 푸른 하늘,
그리고 등대에서 바라보는 쪽빛 바다와
울릉도의 속살을 만날 설렘에 숨을 몰아쉬며 오른다.

34도의 뜨거운 날씨에 길은 험하지 않지만 빨리 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걷다 보니 온 몸이 땀 범벅이다.

10월 말 뜨거운 햇살이 꼬리를 감출 때쯤 꼭 한번 다시 가고 싶다.


행남등대 오르는 길 - 조카의 미소는 밝다


내 나름대로 정한 울릉도 조망 명소 12곳 중 한 곳인
행남등대에 다다랐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길을 오르느라 땀범벅인데
등대에 오르니 바람이 분다.
오래되지 않은 시멘트 건물 꼭대기에 등대가 있고
등대에서 해안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파란 하늘과 등대가 화가의 작품이 된다.





행남등대 전망대에서 울릉도를 바라본다.
멀리 저동항과 촛대바위가 보이고
죽도와 해안을 감싸는 높은 산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동으로 탁 트인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하고
오가는 배들이 하얀 눈금을 남기며 바다를 가른다.






해안선을 따라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 위에
사람들의 모습이 점이 되어 다가온다.

점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점과 점이 해안로를 따라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심해 섬 울릉도가 주는 시각의 즐거움이다.

가운데 북저바위가 보이고 뒷편에 관음도, 오른편 위에 죽도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대나무 숲을 지난다.
육지의 대나무 길에서는 대나무향과 선비의 곧곧한 마음이 느껴지지만
울릉도의 대나무 숲은 동쪽 바다의 기상과 민족의 간절한 염원인 통일과
긴 세월을 이겨낸 민족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대나무 숲길. 길이를 짧지만 동해의 정기가 흐르는듯 하다.





바다와 짝하며 걷는 길이 이어진다.
수억 년의 세월 속에 깎이고 파여서 만들어진
기묘한 바위들이 우리를 맞는다.
그 모양이 일률적이지 않고 다르며
그 모양이 지루하지 않고 새롭다.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길이 이어지고
한 고개를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다가온다.





카메라의 제한된 프레임이 주는 아쉬움을
고성능, 고해상도, 고품질의 눈으로 찍어서
마음의 메모리에 저장한다.
우리 자녀들 각자가 받았던 생각이 다르고 감동의 깊이도 다르겠지만

언젠가 이 사진을 보며 기억하게 될 것이다.

미소 짓게 될 것이다,



행남등대에서 아들과 조카들. 꿈 꾸고 살아라.






[2015년 8월 2일 - 여행 둘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