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행남해안산책로가 주는 아름다움

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by 김남웅




설악산의 하늘로 솟아오른 바위가 주는 감정이 아버지 같다면 울릉도 바다에 서있는 바위는 어머니라 하겠다.

설악산의 바위는 그 높이가 높고 그 기상이 하늘을 찔러 강인함을 느낄 수 있어서 아버지와 같다면

울릉도 바위는 바닷속 까지 들여다보면 그 깊이와 높이가 산 못지 않지만 바다라는 커다란 터가 바위를 껴안고 있는 듯하고 긴 해안선을 따라 손잡고 가는 듯해서 어머니와 같다.

울릉도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시에 존재하는

멋진 섬이다.


멀리 도동항이 보인다. 해안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이 좋다.





바다는 바다 자체로 파란빛이 아름답지만 눈부신 태양을 만나면 그 빛이 어우러져 에메랄드 보석이 되고 비취가 된다.

눈부신 태양은 바다를 뚫고 들어가 그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이는 파도에 햇빛이 부서지며 눈이 시리도록 반짝인다.

바다도 태양을 만나서 그 아름다움이 완성되듯 사람도 사람을 만나서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비출 때 그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그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대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울릉도가 내게 들려주는 속삭임이다.


아름다운 풍경. 덥지만 웃음이 절로 나온다.



거센 파도에 부딪혀 바위에는 주름이 지고
깎이고 패인 상처들이 지나가는 나를 위로한다.
아무도 자랄 수 없을 만큼 척박한 바위에도
뿌리를 내리고 홀로 서있는 나무들의 생명력이
험한 세상에 지친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저 모퉁이 돌면 만날 풍경을 그린다. 내 가슴을 뛴다.



바람이 내 귓가에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바다가 내 마음에 들려주는 속삭임을 들으며
기다란 해안선을 따라 걷는다.

내가 귀를 열고 바다의 소리를 들으면 바다는 어느새 바람으로 다가오고

내가 마음을 열고 바다의 노래를 들으면 바다는 어느새 빛으로 다가온다.

바람이고 빛이고 호흡인 바다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곳,

그곳이 행남해안산책로다.

세명의 예쁜 조카가 있어서 즐겁다.



참 많은 이들이 걷는다.
물 만난 고기 마냥 팔딱거리는 아이들도
툭 건드리면 무수한 화살을 쏟을 것 같은 학생들도
달달하고 푸릇한 젊은 연인들도 이 길을 걷는다.

학생을 둔 주부도 이 길을 걷고

주름진 얼굴에 희어진 머리, 우리의 아버지도 이 길을 걷는다.

다 같이 보고 다 같이 걷는 길.

기도하고 바라고 기대하는 일들이 바람이 되고, 파도가 되고 빛이 되어 이 길을 걷는 이에게 다가오기를....


해안산책로 옆의 기묘한 바위와 구멍들 - 기.암.괴.석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나이도 성별도 바램도 생각도 다른 이들이 모여서 길을 걷는다.

한걸음 옮기는 것이 기쁨인 사람들과 두 걸음 걷는 것이 행복인 사람들의 마음들이 서로 겹쳐서 바다로 흐른다.

이 세상 살다 보면 싸우는 일이 많다.

내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내 욕심을 채우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채워지지 않는 욕심의 벽이 나를 가로막는다.

그럴 때 함께 여행을 떠나 보자.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간은 느낌으로 공감하며 걷노라면 케케 묵은 감정선이 정리되고 나누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바라보는 즐거움이 또 다른 행복을 만든다.



8월 첫주.
무더위가 절정이어서 햇빛이 정수리를 바짝 달구는 대낮의 해안산책로.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해안길을 걷는 동안 연신 땀을 훔치며 걷고 있다.
땀이 모이는 곳마다 옷에 얼룩 무늬를 만들고 겨드랑이도 배도 목 주위도 옷을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줄줄 흐른다.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보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줄줄 흘러 온 몸을 축축하게 만든다.

그런 가운데도 시원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울릉도 바다이고 해안선이다.


바위 사이의 터널을 지난다. 높이가 하늘에 닿았다.



저동에서 출발해서 걷다 보니 벌써 도동항에 닿았다.
곳곳이 감탄이고
곳곳이 느낌이고

어느 곳은 살아오는 과정이고

어느 곳은 살아갈 미래이다.

보는 내내 감동이었던 길은 끝났지만

마음의 길은 울릉도를 지나 우주를 향하고 있다.

바위와 사람. 다른 듯 어울리는....



가을에 다시 오리라.
시원한 바람을 데리고 다시 오리라.

눈부신 가을 빛을 머금고 다시 오리라.





[2015년 8월 2일 - 여행 둘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