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2015년 8월)
새벽 5시.
울릉도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서 집을 나선다.
혼자 갈까 했지만 새벽잠 많은 큰 녀석이 같이 가겠다고 하는걸 보니 우리 아들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둑한 사동 새벽을 깨우며 저동 바닷가를 지나 발전소를 지나 내수전 고개를 향해 오른다.
내수전 일출전망대 가는 길..
바닷가에서 해발 400m 주차장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올라가는 높이도 제법 높다.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에 차 2대가 주차되어 있다.
비탈길을 단숨에 올라 내수전 일출전망대(해발 440m)에 이르러 먼저 온 일행 2팀과 해를 기다린다.
전망대의 북쪽으로는 섬목 해안과 관음도가 내려다보인다.
해안선과 평행하게 도로가 줄지어 따라오고
빼곡히 푸르른 나무들이 도로를 병풍처럼 둘러선다.
뾰족한 산봉우리는 검은 그림자를 두른 채
해가 뜨기를, 빛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도 그와 같아서 마음의 빛이 오기를 기다린다.
남쪽으로는 저동항의 긴 방파제와 아늑한 항구의 모습이 다가온다.
성인봉에서 흐른 산맥이 행남등대까지 장엄하게 이어지고
외로운 배 한 척이 하얀색 줄무늬를 남기며 바다를 가른다.
멀리 닭 울음이 새벽을 알리고
아낙들의 부지런함이 어둠을 조금씩 밝히고
해가 뜨기를, 빛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동쪽으로는 죽도(댓섬)이 바다 가운데 떠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 허락을 받으려고 처음 울릉도 왔을 때
저동에서 배를 타고 구경하러 갔었다.
간이 선착장에 내려 죽도 꼭대기까지 계단을 올라갔다.
섬 전체에는 집 한 채와 나물이며 농작물을 심은 밭이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육지의 경치가 너무 좋았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다.
각자의 삶과 환경이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같은 시선으로 해를 기다린다.
빛이여 오소서.
이곳에 오소서.
우리 생활에도, 우리 삶에도 내 마음에도 오소서.
먼 바다에 자욱한 안개가 있어서
수평선으로 떠오르는 해는 볼 수 없다.
멀리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른다.
동해의 푸른 바다 위에 붉게 솟구쳐 오른다.
서울에서 맞이하는 해 보다
육지 어딘가에서 맞이하는 해보다
그 감동이 설레고 벅차다.
해를 희망으로 맞이한다.
해를 기쁨으로 맞이한다.
해를 가슴으로 맞이한다.
내 마음속이 뜨거워진다.
해를 품고 기도한다.
산 위에 비치는 해도
바다 위에 비치는 해도
나무 사이로 다가오는 해도
섬 꼭대기에 비치는 해도
내 마음에 비치는 해도
모든 사물이 각자의 방법대로 빛을 맞는다.
마음으로 빛을 안는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바닷가로 향한다.
바다에 부서지는 햇빛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해처럼 맑고 밝고 따뜻하게 살 수 있기를.
그런 내가 되고 우리가 되기를 기도한다.
내 마음이 환하다.
파도가 흐른다.
바다 위에 시선이 흐른다.
그 위에 우리의 간절한 소망도 흐른다.
(2015년 8월 3일 - 여행 셋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