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해중전망대에서 바닷속을 보다.

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2015년 8월)

by 김남웅



뙤약볕이 내리쬐는 섭씨 35도를 넘는 오후 2시,
가만히 있어도 연신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이렇게 더운 날씨에 어디를 가느냐고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뒤로 하고

우리 가족과 처남 그리고 조카 이렇게
6명이 울릉도 일주에 나섰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관광객도 많이 보이지 않고
관광 피크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일주도로를 타고 섬목부터 거꾸로 천부, 현포, 남양 순으로 일주할 작정으로 차를 몰아 달려간다.
에어컨은 켜나마나 무덥다.

20150803_140546.jpg 울릉도의 바다는 푸르다. 맑다.





사동 처가에서 해안도로를 달리고 터널을 지나고 고가도로를 지나서

처남이 추천하는 천부항 부근에 있는 해중전망대에 도착했다.

해중전망대라는 말 자체가 주는 의미처럼 바닷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경상도에 살 때 서울 63 빌딩에 놀러 와서 수족관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넘쳐 나는 고기들 사이로 잠수부가 헤엄쳐 다니는 것을 보았다.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바다 생명체들이 인간이 주는 사료를 먹고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이기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오늘 해중전망대는 말 그대로 해양생물들이 사는 생활공간이다.

고기들 먹이를 따로 주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좋고 기대된다.
매표소 옆에는 바닷물을 퍼 올려 수영장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없다.

이런 땡볕 아래에서 물놀이하다 보면 오히려 피부가 상할 것 같다.
매표소를 지나자 해중전망대까지 바다 위로 다리가 놓여 있다.

천부해중전망대 입구. 바다의 다리를 건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해중전망대까지 107m의 다리를 건넌다.

다리에서 바라본 바다는 햇빛이 바다에 투영되어 속이 훤히 비친다.

그 빛이 에메랄드 빛이고 맑고 밝고 푸르고 투명하다.
고기며 소라나 전복 같은 해산물들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속살이 환하고 쓰고 있는 모자를 날려버릴 만큼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하얀 돌에 빛이 비치면 바다는 투명한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반짝반짝 그 빛을 우리에게 보낸다.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저 바다 위를 걷고 싶다.

잠수함을 타고 저 바다 깊은 곳을 돌아보고 마음에 담고 싶다.
바다의 빛이 너무 아름다워 옷을 벗고 다에 내 몸을 맡기고 싶다.

그 파란 물이 내 몸에 스며들어 내장까지 투명하게 보여줄 것 같다.

20150803_140620.jpg 가끔은 판에 박힌듯 뻔한 포즈가 좋다.





해중전망대 입구에서 달팽이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해면 6m, 지하 2층쯤 높이에 다다르면 바다의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해중 전망대가 나온다.
해중 전망대는 원형으로 모든 면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정도라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수족관처럼 많은 고기들은 없지만 바닷속을 마음대로 헤엄치며 오가는 모습이 자연 그대로여서 보기 좋았다.

작은 물고기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이고 바위에 불가사리 몇 마리가 몸을 움츠리고 있고, 가끔 볼 수 있다는 문어는 내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갖가지 형상과 색으로 바다를 화려하게 장식한 고기들이 바다 속을 헤엄친다.

전망대 다리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들이 미끼를 어떻게 먹는지 눈으로 보면서 낚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모두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햇빛이 닿은 물 표면은 파도가 출렁 일 때마다 햇빛이 바닷속을 파고들어 그 빛이 반짝이고 아름답게 분산되어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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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3_141117.jpg 해중전망대 아래에서 유리로 바라본 바다. 고기들이 놀고 있다.





해중전망대는 5분 정도만 구경하면 더 이상 구경할 것이 없을 만큼 단순한 전망대다.

관람료가 비싸고 싸고를 떠나서 바닷속을 구경하고 해중전망대를 나올 때 이것이 볼거리의 전부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뭔가 허전하다는 말이다.

그냥 바닷속을 한번 보았다는 느낌, 그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 몇 마리를 본 느낌 그것 뿐이다.

생각나는 아이디어는 없지만 바다 속을 보고 나오는 것 말고 만지고 느낄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단,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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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나와서 바닷가에 선다.
바닷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빛을 한참 쳐다보았다.
배가 드나드는 도동이나 저동항보다 반대편인 북면의 천부나 섬목 쪽 훨씬 아름답다.
내가 지금까지 본 바다 중에 가장 아름다운 빛이다.
그 빛이 내 마음에 들어와 내장이 훤히 보인다.
욕심도 보이고 질투도 보이고 이기심도 보인다.
나의 잘못과 허영심도 보인다.

나 자신의 창피함을 알고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바다, 그곳이 울릉도다.

해중전망대 가는 다리. 그 다리위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





사람들이 만들었다면 절대로 만들지 못했을 그 푸르름과 맑음이 감동이다.

흐린 날은 흐린 날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날 대로

바람 불고 비 오는 날, 눈이 펑펑 오는 날은 그날대로

바다는 우리에게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름바다 그 빛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고 싶다.

카메라를 꺼내서 셔터를 누르며 찰칵 소리와 함께 풍경들이 인화되어 마음에 하나둘씩 쌓인다.


바다속에 들어가고 싶다. 그 푸르름 속으로.






(2015년 8월 3일 - 여행 셋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