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2015년 8월)
관음도(觀音島)는
울릉군 북면 섬목지구에 위치한 면적 0.0714㎢, 높이 105m, 둘레 800m의 섬으로 육지와의 연결을 위해 폭 3m, 길이 170m의 보행연륙교를 2012년 7월 14일 개통했다.
울릉도 개척 당시 경주에서 건너온 어부가 고기를 잡다 풍랑을 만나 이 섬으로 피했는데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어부가 불을 피우자 수많은 깍새(슴새)들이 날아왔다고 한다.
깍새를 잡아먹고 목숨을 구한 뒤부터 깍새가 많은 섬이라 하여 깍새섬이라고도 불리었다.
이 섬은 무인도로 민가가 없었지만 쥐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다리를 놓으면서 쥐들이 울릉도 본 섬으로 건너와서 한동안 울릉도 전체가 쥐 잡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가족여행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관음도 보행연륙교와 관음도에서 바라본 풍경이었다.
외국 어디에 비하더라도 결코 뒤지지 않을 멋과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다.
천부에서 동쪽으로 달려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즈음에 관음도 매표소가 있다.
입장권(어른 4,000원)을 구입하고 소라처럼 만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다.
1층과 7층을 오가는 엘리베이터가 외부를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걸어 오르면 되니까 나중에 꼭 걸어 오르리라 다짐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관음도 가는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길이 170m의 연륙교(다리)가 나온다.
다리의 모양은 3개의 커다란 기둥이 지지를 하고 쇠줄을 기둥에 고정하여 보통 다리들과 같은 형태로 생겼고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으며 다리 색상은 하늘색이다.
한여름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섭씨 36도의 날씨와 뜨거운 햇빛이 온몸의 물기를 빼고 있는 한여름.
연륙교까지 땀을 흘리며 왔는데 다리 위에 올라서니 바람이 모자가 날려갈 만큼 세차게 불었다.
다리를 건너면서 주위의 풍경을 바라본다.
서쪽으로 삼선암이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고, 관음도 입구까지 해안선을 따라 흐르는 절벽과 산들이 그 멋을 더한다.
아침에 왔으면 햇빛이 비춰서 정말 아름다웠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동쪽으로는 멀리 죽도(댓섬)가 보이고 섬목 해안이 병풍처럼 우리를 반기고 남쪽으로는 울릉도의 산들이 하늘로 솟아있다.
다리를 건너는 내내 관음도의 관(觀) 자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가는 곳마다 투덜대던 아이들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났다.
모든 풍경이 다 푸르고 맑고 시원하다.
푸른 물감을 뿌린 듯 깨끗하고
화사한 하늘과
햇빛이 닿아서 시리도록 투명하고 푸른 바다와
수많은 나무들이 빼곡히 쌓여 푸르름을 더하는 산과
이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된다.
연륙교 다리를 건너 관음도에 가까이 가면 높고 좁은 계단길이 이어진다.
계단의 높이가 높고 그 폭이 좁고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 바람이 불거나 눈, 비가 올 때 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어른들이 다니기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면 관음도 입구에 닿는다.
약 800m의 둘레길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고 흙 길이라서 자연적이지만 걸을 때마다 먼지가 풀풀 나고 신발에도 가득 쌓이고 뒷사람에게 먼지가 그대로 닿는다.
바람이라도 불면 다 날아가겠지만 바람 한점 없으니 그 먼지가 다 그대로 머물러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먼지를 없앨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늘도 거의 없어서 햇빛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럼에도 난 그곳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관음도에서 바라보는 삼선암과 해안선, 동쪽 바다와 죽도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뜨거운 햇살에 지쳐가는 몸을 회복시켜 주었다.
나물이 많다고 해서 보았으나 아는 것이 없어서 찾아보지 못했고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식물들이 있다고 했으나 공부를 안 해 그것도 찾지 않았다. 설사 공부를 해서 잘 안다고 해도 섭씨 35℃를 육박하는 더운 날씨는 찾는 것을 포기하고 그늘만 찾게 했을 것 같다.
관음도를 해설사가 계셨는데 뜨거운 날씨에도 열심히 섬에 대해 설명해 주셨지만 뙤약볕에 흐르는 땀을 훔치느라 건성건성 들어서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고 다만 그분이 주신 음료수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 저기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조용히 귀를 울리는데 이것이 관음도의 음(音)이라고 생각하니 정겹게 느껴지고, 섬 전체가 자연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인위적이지 않고 섬이 주는 아름다움이 감동이었다.
조카와 사진을 찍는다.
내 사진은 늙어 보이고 뚱뚱해 보이고 참 볼품이 없는데 조카의 사진은 수수하고 밝고 예쁘다.
대학생인 두 아들들의 사진도 나름 화사하고 멋있다.
내 나이가 여행을 하기 어려운 때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조금 이라도 젊었을 때, 구경할 힘이 있고 가고 싶은 의지가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과감히 얼굴의 주름을 그대로 드러내고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다.
세월을 고스란히 겪은 얼굴은 흉이 아니고 자랑스러운 계급장이니까 환한 미소로 사진을 찍는다.
관음도를 보고 돌아가는 길.
땀을 흘리느라 주변 경치에 집중하지 못하고 천천히 둘러보지 못해서 아쉽다.
무인도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공부를 하지 않아서 찾아볼 용기조차 갖지 못했다.
가을에 한번 더 와서 가을빛이 주는 아름다움을 한번 더 느껴보리라.
빛을 머금은 산과 나무와 바다와 나.
그것이 온전히 하나되는 섬 ‘관음도’를 마음에 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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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3일 여행 셋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