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삼선암~딴바위~나리분지에 이르는 길

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2015년 8월)

by 김남웅



삼선암(三仙巖)은 북면 죽암마을과 섬목 사이에 바다 위에 서있는 바위로 2개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3개의 바위가 보인다.
각 107m, 89m, 58m의 세개의 바위가 바다 위에 솟아있고 쪽빛 바다와 어울려 울릉도에서 멋진 풍경으로 손꼽힌다.
육지에서 바라보면 작아 보이지만 배를 타고 위 옆에 가보면 제법 크고 웅장해 보인다.
가끔 저 바위 어딘가에 서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저기에서 낚시하면 불안해서 고기를 잘 잡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연신 웃는 얼굴인걸 보면 짜릿하고 독특한 무언가가 낚시를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삼선암 앞에서. 막내 선녀 바위는 떨어져 있어서 이 곳에서는 안보인다.




하늘나라의 세 선녀가 울릉도에 목욕하러 내려왔다가 옥황상제가 함께 보낸 장수와 막내 선녀가 좋아지내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된 옥황상제가 노하여 세 선녀를 모두 돌로 만들었다고 한다. 잘못을 적게 한 두 선녀는 거의 붙어 있고, 잘못을 많이 저지른 막내 선녀는 따로 떨어져 있게 만들었으며, 엄히 다스려 풀도 안 나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르고 맑은 바다 위에 하늘을 향해 선 삼선암.
정말 두개의 바위섬에는 풀이나 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나 막내 바위에서는 풀이나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오늘 이 시대에 옥황상제가 잘잘못을 가려서 바위로 변하는 벌을 준다면 논과 밭이 사라지고 온통 바위 투성이 일 것 같다.
우리 스스로를 낮추고 우리 모두가 옳은 말, 바른 행동, 좋은 생각을 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외삼촌과 같은 키가 되었다. 빠르다.




작은 처남과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다.
8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아이들이 언제 클까 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까 처남과 키가 비슷하다.
나이만큼 세월이 빨리 흐른다는 어른들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학생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어 돈 많이 벌고 지금 하지 못하는 것, 갖지 못하는 것, 다 누리고 소유하며 살겠다고 생각했지만 녹녹지 않은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며 살다 보니 세월이 쑥쑥 지나간다.

점점 침침해지는 눈, 축 처지고 탄력이 없어지는 피부, 희어지고 빠져서 듬성듬성해진 머리, 동네축구 10분에 헉헉대는 체력.


그럼에도 오랜만에 만나는 교회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커서 몰라볼 정도다.
아이들 몸이 자라듯 마음도 정신도 잘 자라서 멋있고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멀리 삼선암의 막내바위와 왼편으로 딴바위가 보인다.




해안을 따라 천부로 향한다.
육지에서 톡 떨어져 나온 “딴바위”가 보인다.
왜 딴바위라 불리는지 알 수 없지만 육지에 붙어 있었는데 딴짓하다가 떨어져나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 바라보면서 웃었다.

아니면 바위들이 넓은 세상 구경을 가는 도중에 울릉도 멋진 경치에 감탄한 바위가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이곳에서 살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이나 바위나 혼자 있으면 외로운 법.
딴바위 옆에 친구 바위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걸 생각하니 사물이든 인간이든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딴바위가 혼자 있기 싫다고 조금씩 따라온다.
카메라를 붙들고 놓지 않는다.


뜬금없이 덩그러니 있어서 딴바위인가보다. 딴청피우는 바위.




천부에 다다랐다.
천부에서 제일 많이 가는 관광지는 천부항 주변과 나리분지다.
20여 년 훨씬 이전에 프라이드 조수석에 앉아 나리분지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깎아지른 절벽과 좁은 도로와 급경사에 굴곡이 심하고 차끼리 마주치며 지나가기 어려운 길이라 등짝이 오싹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29인승 관광버스가 교차하며 운행할 수 있고 도로 폭도 넓어져서 누구든 운전이 가능하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화산으로 울릉도가 만들어질 때 분화구의 한 가운데가 지금의 나리분지여서 울릉도에서 제일 큰 평야이고 곡창지대다.
약소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키우고, 제법 넓은 평지에는 산나물이나 더덕과 같은 특용작물들을 재배하는 울릉도의 나주평야쯤 되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울릉도의 나주평야쯤 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아이들은 뭐 다른 게 있을까 은근히 기대하는데, 분지는 그저 분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막상 나리분지에 닿아보면 화산 폭발이 일어나 섬이 생겼고 그 가운데 평평한 곳이 생겼는데 그것이 나리분지라는 지구과학에서 배울법한 이야기를 제외하면 정말 볼 것이 없는 듯하다.

울릉도 정상인 성인봉이 비교적 가까운 나리분지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신령수를 거쳐 성인봉 정상에 도전하는데 해안가에서 출발하는 것에 비해 시간이 단축되기에 봄, 가을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리고 울릉도 약소와 산나물을 취급하는 식당들이 여럿 있어서 맛있는 식사를 하러 오기도 한다.

내가 태어난 백두대간 첩첩산중과 다를바 없기에 포근하고 정감이 가는 곳이다.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나리분지, 겨울에 그 희고 반짝이는 눈을 담으러 다시 오고 싶다.

나리분지는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아늑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온다.




나리분지에서 내려와서 해안선을 따라 가다 보면 바위 사이로 구멍이 뚫려있어 그곳으로 차가 다닌다.

차가 한대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자연 터널로 지날 때마다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곤 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기에 꼭 내려서 걸아보는데 모자이크를 하듯이 갈라져있는 작은 바위들이 내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이것도 코끼리 코를 닮아서 또 다른 코끼리 바위다.

오른쪽 코끼리 코처럼 생긴 바위 사이로 도로가 있다.




바닷가를 따라 현포항으로 가는 길에는 서산으로 기우는 햇빛이 정면으로 다가온다.
바라보는 곳마다 른 바닷빛이 번지고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햇살이 부서진다.
울릉도의 도동이나 저동항이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관광 코스가 많은데 북면 쪽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으로 그 모습이 수려하여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해 준다.

바다와 해안도로와 바위와 산들의 아름다운 조화가 이곳에 있다.

차를 타고 일주를 했는데 원하는 곳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다음엔 도보로 일주해야겠다.




하루 정도를 걷다 보면 각도에 따라 선이 변하고
빛에 따라서 면이 변하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섬의 아름다움이 변하멋진 울릉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마다 섬의 모습이 변하여 새로운 멋을 보여주기에 같은 곳을 다른 시간에 와보는 것도 좋다. 아침에 저동을 출발해서 도동, 사동, 통구미, 남양, 현포, 천부, 섬목 방향으로 일주를 했다면 그 다음날 반대방향으로 일주를 하면 시간에 따라 나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울릉도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해안과 바위터널이 잘 어울린다.




울릉도를 여행하려면 5박 6일 정도 시간을 가지고 오길 추천한다.
첫째/둘째날 : 해안선을 따라 섬 한바퀴를 걸어서 돌아보기
셋째날 : 성인봉 등반과 행남해안산책로를 걸어서 돌아보기
넷째날 :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석포에 이르는 트래킹과 관음도, 죽도 돌아보기
다섯째날 : 봉래폭포와 바닷가에서 해수욕이나 낚시하기
여섯째날 : 배 승선 준비 및 자유시간

그리고 건강하다면 걸어서 일주해 보기


울릉도에 다시 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마음먹으면 되는데...





(2015년 8월 3일 - 여행 셋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