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2015년 8월)
공암(孔岩)
바위 모양이 코끼리가 코를 물 속에 잠그고 물을 마시는 모양을 하고 있어 코끼리 바위라고도 하고 코 부분에 10m 구멍이 있어 구멍바위(孔岩)라고도 한다. 바위면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서 코끼리 피부처럼 주름이 있고 눈처럼 보이는 구멍이 뚫려 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이든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
모양에 따라, 색깔에 따라, 높이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통하기를 원한다.
촛대바위, 흔들바위, 울산바위, 코끼리 바위, 버섯바위 등
이렇게 바위의 특성이 포함된 이름으로 유명해진 것이 많은데 울릉도에서는 정말 유명한 바위다.
한자 한자에 의미를 부여하며 오래 살고, 잘 살고, 행복하고 멋지게 살라고 부모님께서도 우리에게 이름을 주셨다.
최소한 부모가 지어주신 이름의 의미대로 살려고 노력해보자.
어느 노인이 마을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치워 버리려 바다로 나갔다. 커다란 바위를 향해 돌을 던졌더니 바위에 구멍이 나고 이내 배에 묶여서 따라오기 시작했다. 천부 앞바다까지 왔을 때 암초에 걸려 밧줄이 끊어지면서 배와 노인 모두 순식간에 물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암초에 걸린 바위만이 남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구멍바위 또는 공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 [출처:한국관광공사]
왜 노인이 바위를 치워버리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 그대로 전설 이야기다.
천부에서 올라오는 길에 멀리 공암이 보인다.
전설처럼 끌려오다가 이곳에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었다는 전설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자세히 보니 코끼리 바위 앞에 코끼리 똥 같은 작은 바위로 보인다.
두 바위는 서로를 의지하고 가장 가까이 오랜 친구다.
오랫동안 함께 묵묵히 바라보고 지켜주었테니 외롭지 않았겠다.
공암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여행을 가고, 정해진 장소에서 가족 한 사람씩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가족사진 찍고....
힐링을 위한 여행으로 느리게 살고 충분히 자연을 즐기고 여유와 한가함을 즐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이번 여행도 그렇다.
자주 올 수 없는 곳이니까 왔었노라 인증을 남기고자 사진, 또 사진.
나는 어떤 여행이든 사진을 찍고 그곳 안내판에 써놓은 글을 다 읽느라 10분 이상을 그대로 서있기도 하고,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메모를 하기도 하고, 멍하니 바라보며 어떻게 찍어야 할까?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무얼까 고민하다 보면 함께하는 사람들은 지치는 게 당연하다.
카메라가 없는 여행.
여행이 목적인 여행을 해야겠다.
함께 한 사람의 눈에 내 눈을 맞추고, 그의 시선에 내 시선을 맞추고, 그의 말에 내 귀를 맞추고 그렇게 사랑하며 섬기며 여행을 하고 싶다.
공암을 지나고 현포항을 지나서 고개에 오르면 전망대가 하나 있다.
왼편으로 현포 푸른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빨간 등대도 보인다.
정면으로는 멀리 해안가로 노인봉이 서있고
그 뒤편으로 송곳산이 뾰족한 봉우리를 하늘로 겨누고 서있다.
울릉도에서 만나는 경치 중에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이곳에서 바라본 바다와 하늘과 산과 사람들은 그 모습이 신비롭고 멋져서 울릉도 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곳이다.
전망대 아래에서 몸을 최대한 가까이 한채 본인들은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은 부담되게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데 나도 그런 시절이 생각나서 미소가 지어졌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저런 것 많이 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전망대는 나무로 만든 정자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관광사업이 주 수입원이라서 섬 곳곳에 전망대와 쉼터를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그곳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멋있는 경치를 바라보면 피곤함이 사라진다.
울릉도 주민들은 오히려 일주를 하기가 어렵다.
주요한 관광지와 볼거리를 사전에 알아보고 철저하게 시간계획을 짜고 여행을 하는 관광객보다 가까이 살고 있는 주민들이 오히려 그 곳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곳이 고향인 아내보다 내가 아는 것이 더 많고 구석구석 다녀본 곳도 훨씬 많다.
전망대에서 다시 바라본다.
마음이 맑아지고 가슴이 탁 트인다.
다시 차에 오른다.
뉘엿뉘엿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향한다.
곳곳마다 마음을 하나씩 남겨두고 온 느낌이다.
그 마음이 잘 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할 것 같고
그 마음을 주워 담으러 또 가야 할 것 같다.
(2015년 8월 3일, 여행 셋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