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낀 하늘에 개나리가 살고 있습니다
금새 비가 쏟아질 만큼 어둑한 하늘에
우산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살이야 아프겠지만
몸에 피가 흐르고 어른이 될테니까
참을 만 한 일입니다
다만 내 아름다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슬픈 일입니다
바람부는 뒷산에 진달래가 살고 있습니다
샛바람이 시샘하는 이른 봄 언덕에
담장도 없이 온 몸으로 바람 맞으며 살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내 꽃들이 떨어지겠지만
내 몸에 피가 흐르고 새순이 자랄테니까
견딜만 한 일입니다
다만 내 은은한 빛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없는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몸이 봄을 느끼지 못합니다
봄은 바람을 타고 분명 내 곁에 왔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찬서리 내리는 겨울속에 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가 나를 부르는데
내 시선은 눈발이 날리는 벌판에 있습니다
새 봄이 오면 귀를 더 많이 열고
새 봄이 오면 눈을 더 크게 뜨고
다가오는 봄을 맞으려 합니다
울긋불긋
반짝반짝
아름다운 봄을
귀로 듣고 눈으로 담고
가슴에 담으려 합니다
"봄이여 어서 내게 오라"
(2015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