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옥수수를 거두며

by 김남웅




옥수수 개꼬리에 핏기 다 사라지고

말라버린 수염이 바람에 부서지고

수확 철이 지나 서리가 내려도

어머니 굽은 등 아픈 다리는

낫질을 포기한 채 동네 어귀만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사느니 죽었으면 좋겠다

어젯밤 전화에서 들린 어머니 목소리는

덩그러니 홀로 남겨져 외롭다는 말

손주들이 보고 싶으니 바쁘더라도 다녀가란 말이

한숨과 울먹임이 되어 가슴으로 전해진다


몇 주를 미루다 달려온 고향 옥수수 밭

아들과 손주들이 옥수수를 따고 대궁을 베어 밭에 깔고

껍질을 벗겨 옥수수 알을 발려서 구박에 담노라니

구수한 어머니 된장찌개가 맛있게 끓고

밥 짓는 어머니 그리운 향기가 내게로 온다


손톱으로 눌러 자국이 생기는 젊은 옥수수를 골라

화로에 숯불을 지피고

굼벙쇠 위에 재를 덮어 쓴 채 노릇노릇 익혀서

한 입 베어 물으니 그 맛이 고소하고

두 입 베어 물으니 아버지의 향기가 난다


서울 재래시장에서 옥수수 한 통을 뻥튀기했다

호각소리와 함께 부풀려진 뻥튀기를 들고 돌아서는데

멀리 고향집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채

멀어진 한쪽 귀를 세우며 전화를 기다릴 어머니 생각에

내 가슴 한구석도 뻥 뚫려 한겨울 찬바람이 분다


내년에도 어머니의 옥수수를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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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