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나의 먹먹하고 아련한 흑백의 기억

by 김남웅





헐벗은 나무와 하얀 눈꽃 세상

하늘을 이고 선 검은색 기와와 하얀 시멘트 벽

호롱불 어둑한 부엌과 솥에서 피오나는 하얀 김

아궁이 검은 무쇠 솥과 맛있게 익어가는 흰쌀밥


아버지 검은 두루마기와 하얀 광목 저고리

닳고 닳은 어머니 검정 고무신과 다소곳 얼굴 내민 하얀 버선

초등생 아들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와 아버지 희어진 머리

어머니 목에 두른 하얀 수건과 세상살이에 검게 그을린 얼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연기와 온몸이 검도록 그을은 굴뚝

마당 앞에 내려앉은 하얀 달빛과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

까까머리 중학생 하얀 운동화 한짝과 무릎 해어진 검은 교복

한 겨울 검은색 빵모자와 그 위 하얗게 내려앉은 눈꽃송이


긴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사람들과 지친 마음 둘 곳 없어 까맣게 타들어간 사람들

무한한 미래를 꿈꾸던 하얀 도화지와 그 꿈을 하나 둘 채우던 검은 심 몽당연필

침상을 하얗게 지키는 아픈 이들과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검은 상복

내 마음을 하얗게 비추는 당신 마음과 당신이 없어 외로운 검은 적막의 터널


하얀 어머니와 검은 아버지

하얀 기억들과 검은 그림자

하얗고 검고

밝고 어둡고

또렷하고 희미한

나의 먹먹하고 아련한 흑백의 기억


그 기억 하나 둘 사라지고

사소한 일상 쓸데없는 걱정으로 채워지는

오늘의 내가 안타깝다

내일의 내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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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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