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아버지 묘 앞에서

벌초를 하며 아버지를 생각하다

by 김남웅






아버지 잘 계시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지난밤 찬바람에 춥지는 않았는지요


아프신 곳은 없는지요

기침과 가래는 어떠신지요

좋아하시던 술은 끊으셨는지요


보고 싶은 마음만큼

시간도 빠르게 흐르네요

흰머리는 더 늘지 않으셨는지요


이른 봄 곁에 핀 할미꽃은 보았는지요

여기저기 돋아난 고사리는 보았는지요

그 산 진달래는 예쁘고 고왔는지요


뒷산 물푸레나무는 잘 크고 있는지요

소나무마다 솔방울은 달렸는지요

어릴 적 심은 전나무는 얼마나 컸는지요


올여름 긴 장마에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비가 새지는 않았는지요

꿉꿉하고 축축하지는 않았는지요


아래쪽 텃밭의 감자는 영글어 가는지요

그 옆에 옥수수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았는지요

소복한 콩 섶을 헤치고 김매는 어머니는 보았는지요


지난 겨울눈에 잣나무 가지는 괜찮은지요

눈 내린 그곳에서 토끼며 노루는 보았는지요

멧돼지들이 파헤쳐 상처가 나지 않았는지요


멀리 양구두미재 위에 눈은 녹았는지요

장말거리에 아득한 집들은 그대로인지요

그 가운데 빨간 함석집 그녀는 여전히 예쁜지요


그곳에서 바라본 부드래골은 평안한지요

지게 지고 지나는 친구 최영감은 보았는지요

밤하늘의 별은 아직도 반짝이는지요


세월이 빨라 열네 번의 해가 지났네요

당신을 그곳에 두고 돌아서던 날

11월 서리가 내렸었지요


이제는 산이며 나무며 풀들과

멧돼지며 노루며 산토끼와

밤하늘 별들과 고요한 달빛

모두 친구가 되었겠죠


언제나 그렇듯이 마음을 조아리며

자식이 잘 되기를 건강하기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시겠죠


자식에 대한 걱정일랑 묻어두시고

봄길 따라 꽃구경 가시고

흥정천을 따라 천렵도 가시고

보래령 울긋불긋 단풍구경으로

태기산 꼭대기 눈꽃 구경으로

아름다운 날을 보내소서


가끔 생각이 나면

이 못난 자식과 그 자식의 자식과

살아갈 날의 희망과

남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소서


그리고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가족을 위해

가끔 꿈으로 오소서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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