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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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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Dec 12. 2019

나를 꽃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사람들이 나보고 꽃이라 했다 

 
잘 정리된 화단 가운데
빨간 얼굴 내밀어
그 빛이 화사한 꽃이라 했다
노란 얼굴 숙여
그 웃음이 해맑은 꽃이라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가시다
돌무덤 가득한 척박한 땅에
종이로 꽃과 잎을 만들고
뾰족한 발톱 숨기는 가시다

향기도 생명도 없이
화사한 색깔로 너를 현혹하는
꽃인듯 하지만 꽃이 아닌
그 속이 검고 음흉한 가시다


생명없는 나비와 벌을 만들고
화사한 색깔로 너를 유혹하는
꽃인듯 하지만 꽃이 아닌
나는 가시다


나를 지나는 사람마다
상처가 나고 가시가 박혔다
눈이 멀고 마음이 닫혔다
아픔에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미안하다
나를 꽃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그 꽃에 마음 열어준 이들에게
가시인 줄 알면서도 꽃이라 부른 이에게

나는 꽃이 아니다
그래서 참 미안하다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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