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갈대

by 김남웅




연약하여 바람에 흔들리고
나약하여 툭 꺾으면 부러지
죽을 때 한줌의 재로 돌아가는 자연의 일부이고
거친 세상을 피할 수 없어 온몸으로 견디는

나는 갈대입니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고
나약하지만 강한 지혜가 있
생명은 유한하지만 영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거친 세상을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나는 생각하는 갈대입니다

요즘 들어 생각이 없어지고
감정들이 시퍼런 칼날이 되어 날아갑니다
작은 파도에도 마음이 일렁이고
조그만 실수에도 핏대를 세웁니다
들어주는 넉넉함은 사라지고
내 주장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피를 토합니다

나는 그냥 갈대가 아니

생각하는 갈대이고 싶습니다
마음으로 사랑하는 갈대이고 싶습니다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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