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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Mar 18. 2020

아현동이 말하는 소리를 듣다 (Ⅱ)

아현동 재개발구역에서 | 2008.11.28 ~ 12.02












2007년 6월 아현동 재개발 승인이 이뤄지고

그해 12월부터 시작되어 대부분 이사가 완료된 2008년 12월 1일

아현동 재개발 구역을 찾았다.


자취하던 집은 텅 비어서 쓸쓸했고

골목을 따라 늘어선 불백 식당, 호프집, 세탁소, 당구장도

'공가'라는 붉은 글씨와 함께 쓸쓸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추억을 남기고 싶다.




5. 빨래집게는 햇빛과 바람이 주는 위로의 말을 듣다.


이사 가고 없는 텅 빈 마당 한편에서 오래전 기억을 더듬는다

언젠가 새로 구입한 옷을 빨래 줄에 콕 집어 널었다고

햇빛도 쬐이고 바람도 맞으며 뽀송뽀송 말렸다고

그 옷을 입히며 소박한 미소 지었노라고

옷을 입고 좋아했을 아이들의 화사한 웃음

이제 하나 둘 자식이 떠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라진 마당

오랜 기억들을 빨랫줄에 널고

햇빛과 바람이 들려주는 위로의 말을 듣는다



6. 불투명한 미래를 묻는 이야기를 듣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먼 훗날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가장 잘 아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내가 살아온 이전의 삶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

내가 살고 싶은 미래의 삶

그 모든 삶의 주인공은 '나'다

가끔 살아야 할 삶이 궁금해서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에

몇몇은 점집을 찾지만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자기가 감독이고 주인공이기에

오늘, 지금 순간을 진실하게 살자 

아현동 고개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묻는 이야기를 듣는다.



7. 가스로 밥 짓는 어머니의 그리운 노래를 듣다.


바람이 소스라치게 불어 마음조차 시린 겨울에도

벚꽃이 마당 안에 하얗게 내려앉아 화사한 봄날에도

햇볕이 쏟아지면 하늘하늘 옷들이 춤추는 여름에도

옥수수수염이 말라 토실토실 익어가는 가을에도

하루를 여는 새벽에도

하루를 닫는 저녁에도

어머니는 밥을 짓는다 

자식을 위해 한 세월 고생했어도

무엇이 그리운지

무슨 미련이 남는지

밥솥 한편에 밥공기 하나 남겨두고

문틈 사이로 자식이 부르는 소리를 기다린다 

하나 둘 내 품을 떠나고

삶이 기다림의 연속이기에

그래도 밥 지을 때가 좋았노라

반찬 없지만 함께 먹을 때가 좋았노라

밥솥 뚜껑을 열고 흰쌀 한 바가지 넣고

그리움을 물 삼아 밥을 짓는다 

아현동 허름한 뒷골목 사이로

어머니의 밥 짓는 소리를 듣는다

자식을 향한 그리움의 노래를 듣는다

문틈 사이로 어머니의 밥 짓는 소리를 듣다

자식을 위해 한세월 고생하고서도

늘 밥솥 한편에 자식을 위한 밥 한 공기 남겨두는

우리들의 어머니의 가슴 벅찬 사랑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현동 재개발구역에서, 2008. 11. 28 ~ 1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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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Edit by 김남웅 (Namwoong-Kim]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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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by One Love]

Track - One Love - Emotional Piano + St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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