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성인봉(986m) 정상에서 섬을 바라보다.

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2015년 8월)

by 김남웅


나는 작은 섬 울릉도에서 만 명 이상이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려면 물이 턱없이 부족해서 바닷물을 중화시켜서 사용하는 줄 알았다.

사실 울릉도를 다니면서 봉래폭포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물줄기를 본 적이 없고 약수터도 몇 곳 안되어 물이 부족하겠구나 생각했다.

오늘 정상에 올라보니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면 높은 산봉우리가 둘러서 있고 봉우리마다 녹음이 우겨져서 푸르다.

원시밀림처럼 우거진 나무와 풀들은 빗물을 자기의 뿌리에 저장하고 있다가 마르지 않도록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에 1년 내내 식수와 생활용수로 부족함이 없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봉과 알봉 분지




성인봉 정상에서 좁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서 전망대에다.

울릉도를 방패처럼 둘러선 산들의 행렬과

하늘을 찌를 듯 곧추선 알봉과 그 아래 알봉 분지를 본다.

바닷가의 뿌연 안개가 걷히지 않은 탓인지

사면을 둘러싼 바다와 멀리 독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손을 든다.

바라보는 내 마음이 행복하다.


산에 오른 기쁨은 흘린 땀만큼 커진다.




전망대에서 기도했다.

아이들이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우리 가족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기를
살아온 시간에 감사하고 살아갈 시간에 감사하기를
바라고 소망하는 꿈들이 현실이 되기를
무엇보다 우리 가족 사랑하며 살기를.


성인봉 정상, 기쁨을 오랫동안 간직하기를.




전망대에서 동쪽을 보고 있노라니 일본이 생각난다.
진정한 세계의 리더가 되려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과거 잘못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사죄가 있어야 한다.

자기들의 치명적인 과거를 덮기만 하는 일본은 세계의 강대국이 될 수 없으며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다.

문득 드는 생각.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며 굴복시킨 일본을 철저히 이용하는 미국.

일본 보다 더 나쁘다.



성인봉 등산의 감동, 동쪽 바다의 기상을 간직하는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거라.




성인봉에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훨씬 신체에 많은 부담을 준다.

올라가느라 무리했는지 한발 내딛을 때마다 조금씩 아프다.

10년 전쯤에 왔을 때는 아무 이상 없이 즐겁게 산행했는데 운동을 하지 않은 몸이 데모를 한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면 꼭 문제가 생기듯이 내가 그 꼴이다.

약간 절룩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아들 녀석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아픈 게 훨씬 덜하다.


산을 오르듯 함들어도 참고 세상을 이기고 살수 있기를.




울릉도 산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울릉도 저동 와달리에 사는 김 모 씨가 모친의 병환으로 산삼을 채취하고자 수년 동안 공을 들였으나 가산만 탕진하고 노모의 병환을 점점 더 심해졌다.

김 모 씨는 생각하기를 ‘내가 산신제를 위해 사용한 돼지만 해도 10마리 이상인데 산신이 돼지 고기에 싫증이 나서 내게 산삼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개고기를 차려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날 밤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서 ‘네가 준 고기를 잘 먹었다. 소원대로 산삼 두 뿌리를 줄 테니 어디로 가라. 한 뿌리는 노모를 위해, 한 뿌리는 팔아서 가산을 회복하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역시나 효도를 강조하는 이야기로 울릉도에도 산삼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휴대폰으로 산삼을 검색해 보았다.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저절로 이곳저곳을 살핀다.

그런 내 자신이 참 어이없다.



출렁다리에서 서다. 성인봉에 오를 수 있는 건강주심을 감사하다.




내려오면서 출렁다리를 만나 잠깐 쉬어간다.

육지의 출렁다리보다는 그 크기와 길이가 작지만 그래도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이 좋다.

바위도 거의 없고 흙길만 이어진 성인봉 등산로에서 만나는 제일 아늑한 쉼터가 여기다.

절벽 사이를 연결한 출렁다리는 걸을 때마다 다리가 출렁거려서 재미있었고, 나무로 만든 다리 위에 앉아서 땀을 식히며 쉬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 보니 성인봉 등산로에 정자나 벤치와 같이 쉬어갈 곳이 많지 않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무언가 만든다는 것은 자연을 그만큼 훼손하는 일이기에 조금은 불편해도 등산을 즐길 수 있었다.


환한 미소를 잃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를.




새벽 4시 30분 시작한 등산이 오전 9시 되어서야 끝이 난다.

멀리 KBS 울릉중계소가 보인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하산하는 길. 아들의 뒷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힘이 솟는다



[2015년 8월 2일 - 여행 둘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