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밤은 낮의 많은 것들을 생략한다

by 김남웅



해 지고 어둠이 내리면

번잡한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바람부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풀들의 노래소리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물의 속삭임이 들린다

밤은 낮의 많은 것들을 생략한다


밤은 낮이 주는 번잡함을 생략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쏟아내는

이기적인 생각과 활동을 내려놓고

밤이 주는 평안을 얻는다


밤은 나이가 주는 무게를 생략한다

두꺼워지는 나이테 속에

살려고 하고 살아야 하는

끝없는 삶의 무게들을 내려놓고

밤이 주는 쉼을 얻는다


밤은 보는데서 시작한 욕망을 생략한다

보이는 것 마다 소유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해야 하는

처절한 과시욕의 굴레를 내려놓고

밤이 주는 만족을 얻는다


밤은 경쟁에서 시작한 질투의 소리를 생략한다

남을 이기고 지배해야 살아남고

남을 적절히 이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

철저한 자기의 목소리를 내려놓고

밤이 주는 고요의 기쁨을 얻는다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하루에 한번 만나는 일년 중의 하루이지만

밤은 낮의 많은 것들을 생략한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들

귀로 들려지는 것들

입으로 느껴지는 것들과 손으로 만져지는 것들을 생략하고

밤이 주는 쉼과 평안을

밤이 주는 위로와 사랑을

내 가슴으로 느껴보자







(2015년 9월)

매거진의 이전글벌초[伐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