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는 올드해졌다. 축하를 상징하는 케이크는 이제 영한 대체제들로 둘러싸여 선택을 받는 상징물이 되었다. 최근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다가 피자 위 동그란 치즈를 툭툭 올리고 그걸 도화지 삼아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힙한 사진을 보았다. 케이크와 비슷한 형상. 동그란 축하의 상징. 기능은 비슷하다. 조각조각 나눠 먹을 수도 있는 정다움부터 초를 꽂아 소원을 빌 수도 있는 판타지 요소까지 흡수해 버렸다. 심지어 그 둘은 디저트라는 본질에서 시작하지 않았나. 충분히 오픈 마인드 자세를 취한다면 케이크 기능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케이크가 축하의 상징성을 잃고 있는 것은 비단 피자의 위협뿐만이 아니다. 점점 제로 지향적인 사람들 속에 투머치 칼로리 메이커, 케이크는 어쩌면 시대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존재일 테다. (아.. 성심당은 예외로 두기로 하자) 제로 추앙론이 아닌 나도 어느 순간 생일 케이크를 사더라도 조그마한 것에 눈길이 가거나 아이스크림케이크로 변주를 주곤 했다. 케이크는 클래식한 공식이 되었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엔 클리셰 해졌다.
이런 케이크의 위기는 식품기업 정상급 브랜드들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을 테다. 아무리 최선호도가 높은 클래식한 제품이라도 막상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들고 나오는 건 프레시한 신상들. 고작 몇 푼인 제품일수록 사람들의 진입장벽은 더 낮아진다. 어찌해야 할까. 클래식을 힙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힙한 톤앤매너의 광고는 3개월이란 유효기간 동안만 바짝 선호도에 효과를 줄 뿐. 요즘 핫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쭉 지속되지 않는 순간 다시 클래식하고 올드한 이미지로 복구되고 말 거다. 이럴수록 단기간 프로모션에만 집중하는 간헐적 방법이 아닌 브랜드 자체의 변화같이 굵직하게 달라질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브랜드 자산에 숨을 불어넣자.
하겐다즈도 그렇고 코카콜라도 그렇고 누구보다 오래된 브랜드지만 동시에 여타 경쟁사보다 젊은 브랜드다. 그들은 일단 문제 해결을 브랜드에서 시작한다. 하겐다즈 소스의 우수한 제품력을 보여주고파 투명한 패키지를 제작하고, 거꾸로 로고를 붙여 소비자의 편의성을 더해준 세심한 배려도 사실 발단은 브랜드만의 자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코카콜라에서는 ‘여러 음식과 페어링 하기 좋은 음료’ 포지셔닝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에 유독 놀란 게 있다. 코카콜라의 자산인 로고를 활용한 옥외광고. taCO, LArge fried potato 등 여러 음식 글자에 포함된 COLA를 로고로 대체했다. 천재다 천재… 이로써 코카콜라엔 저세상 크리에이터들이 모여있는 게 분명해졌다. (아, 다시 케이크 이야기로 돌아오자)
케이크도 본체 갖고 있던 자산을 살려 다시금 축하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만약 케이크연합이 있고 이 글을 거의 다 읽어간다면 성심당을 필두로 그들의 자산인 ‘축하의 상징성’에 숨을 불어넣어주길 바란다. 잠시 출장차 방문한 (비교적 성심당 근처) 대구에서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