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전에 목부터 풀자. 아파트~아파트, 아파트~아파트. 7080 노래방을 들썩이게 했던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가 드디어..! 성공적인 재건축을 받아 코인노래방으로 영역 확장했다. APT가 전 세계적 흥얼거림의 주체가 된 걸 분석한 여럿 글을 봤다. 파열음의 힘이라든가, 콩글리시의 재미라든가, 언어학적으로 다가간 분석도 그럴싸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APT 음가의 근본 덕분이라고 본다. APT의 음은 술게임에서 시작된 거고 더 깊게 들어가면 삼육구게임 음가에서 파생된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된 이 리듬은 그 누구도 까먹기엔 쉽지 않은 리듬, 삼육구~ 삼육구, 삼육구~ 삼육구.
술게임은 보통 저작권에 등록이 되어있지 않다. ‘팅팅팅팅 탱탱탱탱 팅팅탱탱 후라이팬 놀이’ 이 신나는 술게임도 저작권이 없다. 그래서 대행사를 다닐 땐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술게임 노래를 가져가곤 했다. 일단 재밌으니까 반은 먹고 들어가지 않겠나. 실제로 타율이 나쁘지 않았다. 그중 광고주 보고까지 갔지만 결국 가벼운 톤앤매너라는 한계를 넘어서긴 힘들었다. 그 당시에 APT노래가 나왔었더라면 어땠을까… APT의 입지 또한 술게임 노래는 분명한데 왠지 가벼워만 보이지는 않은 노래지 않나. 단지 프로듀서의 힘일까, 아님 로제의 힘일까. 여하튼 타이밍만 딱 맞았더라면 마냥 가벼워만 보이지는 않았을 아이디어였겠지..?
이젠 어떤 술게임 노래를 이용해볼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또 술게임을 하지 않은 나이가 자연스레 되다 보니 술을 마시면서 흥얼거려 본 적이 별로 없다. 대학생 땐 시끄럽게 술게임한다고 주인장한테 여러 번 쫓겨났었는데… 빵빵하게 틀어놓은 음악소리를 자체적으로 음소거시킨 그 기세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당시에 술을 먹는 이유는 술게임하기 위해서였고, 술게임을 하는 이유는 술을 먹기 위해서였는데… 술생술사였던 그때는 지금 술자리에서 주로 나누는 고민 이야기가 일절 없었다. 사실 그런 걱정 따위는 길거리 담소나 페이스북 피드에 올려도 충분한 깊이감의 고민거리였다. 하나 둘 걱정거리가 많아져서 그럴까. 술게임 할 흥이 사라진 걸까. 2024년, 마지막 20대인데 연말에 친구들 만나면 뜬금새로 술게임이나 하자고 해야겠다. 무슨 게임? 게임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