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지만 싱글은 아닌
1. 시냇물, 바위 두 개 그리고 별
2021년 에세이에 코로나가 없으면 섭섭하지 않을까. 그것은 세상을 변하게 했고 나 역시 변했다. 일본의 칼로리 메이트 광고 중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하네요"라는 카피가 있다. 그래, 코로나는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하는 시대니까. 졸졸졸. 별다른 역류 없이 흘러가는 게 당연했던 시냇물. 시냇물의 레이아웃을 띤 삶이란 것에 큰 바위가 우뚝 생겼다. 거센소리를 내며 바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겠지. 결국 건조한 바위 겉면에 수분이란 흔적만 남긴 채 갈래길에 순응한다.
나에겐 두 가지 바위가 생겼는데 갑자기 생긴 '코로나 바위'와 달리, 다른 하나는 혹처럼 서서히 생긴 '예정된 운명의 바위'다. 여기서 바위는 징검다리보단 몸집이 큰 돌멩이일 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진 삶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4단계는 달랐다. 인원 제한 2명, 영업시간 단축 등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에 보다 직접적인 개입이 생겼다. 국가에서 시행한 사회 격리 시스템은 강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쌍바 같이 붙어 다니는 커플이 데이트할 때는 큰 무리는 아니었다. 4년 넘게 연애 중인 나에겐 수동적인 격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코로나 바위' 옆에 우두커니 박혀있는 '예정된 운명의 바위'. 이는 국가가 간섭이 없이 그녀가 창조한 인위적 조형물이다.
4단계가 시작되기도 한참 전, 항상 옆에 붙어있던 쌍쌍바가 홀연히 떠났다. 헤어진 건 아니고 잠시 떠났다. 지구 반대편이라 할 수 있는 LA로.
모든 것엔 시작이 있듯, 우리의 만남은 나름 까마득한 2017년에 시작되었다.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연인과 인연을 맺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질문을 필수로 듣는다. 4년 정도라 하면 “오래 사귀었네요”란 반응을 듣는 게 익숙했다. 물론 10년 이상 사귄 사람의 스토리도 가끔씩 듣긴 했지만.
우린 꽤나 어울렸다. 그녀가 좋아하는 MBTI 궁합도 나쁘지 않았다. 도형론에 따르면, 그녀의 취향과 성향은 네모와 같았다. 좋아하는 분야가 동그라미처럼 셀 수 없지는 않았지만 명확했다. 네모 중에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 하지만 난 세모에 가깝지 않을까. 그녀에 비해 취향이 고르지 않다. MBTI에 의거하면 감성이 부족한 이성적인 성향이라 어쩔 땐 날카로운 모서리가 부각된다. 그래서 네모가 상처 입기도 했었지만;; 그녀가 네모 중에 정사각형이었다면 나 또한 정삼각형에 가까웠다. 우리 모두 각자의 기준이 확고한 존재라 그 기준이 어느 순간 고집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할 팔자다.
네모와 조금 큰 세모가 겹치면 별이 된다. 이 얼마나 좋은 궁합인가. MBTI 궁합보다 훨씬 더 로맨틱하지 않나. 시중에 없는 근거 없는 도형론이겠지만 분명 그녀는 좋아할 것이다. 아, 도형론은 방금 지어낸 것이다.